요즘 시중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에 ‘THE QUEEN’(여왕)이라는 것이 있다. “연휴에 어디 볼만한 영화 없어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THE QUEEN’을 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이 겪고 있는 지도력 부재를 보는 것 같아 더욱 실감이 간다.
스토리는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을 둘러싼 영국 왕실의 전통과 국민의 분노 사이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결국 여왕은 자신의 고집을 꺾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현 토니 블레어 수상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겪는 갈등은 영국 의회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현존하는 인물 - 그것도 영국 여왕과 수상의 의견 대립을 드라마화 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며 엘리자베스 2세의 성격을 자세히 묘사한 점에서 자료 가치도 지닌 영화다. 영국 왕실의 풍습, 로얄 패밀리의 일상생활, 여왕과 수상과의 관계, 버킹햄 궁전의 의전 등에 관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윗사람에게 직언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에 속한다. 예기에 “세 번 간해서 듣지 않으면 도망간다”는 말이 있다. 잘못하면 직언한 신하가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오자서가 왕 부차에게 간하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중국의 고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당태종이 중국 역사에서 가장 현명한 통치자로 인정받는 것은 충직한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재상 위징은 당태종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생으로 하여금 충신이 아니라 양신이 되게 하여 주소서.” 태종이 그 이유를 물으니 양신은 왕의 잘한 일만 알려주지만 충신은 왕의 잘못을 지적해야 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직장에서도 보스에게 바른 말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찍혀서 영영 눈 밖에 나게 된다.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처럼 생각될 때가 많다. 그러나 모두의 생존이 걸려 있을 때는 보스에게 직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어떤 방법으로 충고를 하느냐가 문제다. 윈윈으로 나가는 것이 모범 답안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권위는 한번 비판의 대상이 되고 나면 더 이상 권위가 아니다. 노무현이나 부시가 겪는 현재의 위기가 바로 ‘권위 상실의 위기’다. 권위를 상실하면 지도자가 희화되며 희화되면 권위회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국민의 뜻을 빨리 읽고 과감하게 자신의 뜻을 굽히는 타이밍이 지도자의 능력이다.
영화 ‘THE QUEEN’에서 토니 블레어 수상은 여왕의 권위가 추락하기 일보 직전임을 감지하고 강경한 자세로 충고한다. 결국 여왕도 자신이 민심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깨닫고 다이애나에 대해 공식적으로 여왕이 애도를 표하는 의전절차를 받아들인다.
민심은 강물과 같다.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지도자가 이 흐르는 강물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고집의 포로가 되었을 때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다.
<이 철> 이 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