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전쟁이 가장 잔인하다”라고 갈파한 어떤 역사가의 말을 상기시키는 게 이라크의 내전이다. 같은 알라 유일신을 숭배하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상호 살육은 중세기의 가톨릭과 신교도들의 피비린내 나던 종교전쟁을 머리에 떠올리게 만든다. 수니파가 금년 2월에 시아파의 주요 사원을 폭파시킨 이후에 거의 매일처럼 벌어지는 보복이 보복을 낳는 유혈극은 자살 특공대원들 등의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회교 사원에서 경배를 드리던 죄 없는 아녀자들까지도 시신의 형체조차 남지 않는 끔찍한 횡사를 당하게 만든다.
또 거의 매일처럼 발견되는 10여구 내지 20여구의 시체들은 참수된 상태 아니면 심한 고문의 흔적이 있어 알라의 이름을 지닌 소위 독실하다는 신자들의 소행이 아니라 악마의 졸개들이나 할 짓거리다.
어떻게 같은 알라 신을 숭배하고 같은 모하메드 선지자의 계명을 따른다는 교인들끼리 파가 다르다고 해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는가. 그 역사는 모하메드가 주후 632년에 죽은 다음 몇 십 년 사이에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시아라는 단어는 알리 파를 뜻하는 시아트-알리를 줄여서 만든 것이란다. 알리는 누구였나? 모하메드의 사촌으로서 모하메드의 딸과 결혼해서 사위가 된 사람으로 이슬람 종교를 받아들인 두 번째 사람이었다.
그런데 수니파는 알리를 모하메드의 네 번째 후계자로 간주하는 반면 시아파는 알리가 모하메드의 첫 후계자일 뿐 아니라 후계자 지위는 알리와 모하메드의 딸 사이의 직계 혈통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니파가 3대 후계자로 보는 웃트만이라는 사람이 기도하던 중에 살해를 당한 다음, 알리는 그 살인범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고 비난 받다가 알리의 군대가 코란의 구절을 창끝에 붙이고 공격하는 수니파 군대들과 싸우기를 거절하는 바람에 알리는 적장과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을 배반으로 본 알리의 강경파 추종자들 중 하나가 알리를 죽인 것은 주후 661년경이다. 수니파에 속한 사담의 가혹한 통치 밑에 시아파들이 엄청난 고난을 당했고 또 지금은 이라크 국민의 과반수인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 아래서 시아파들이 수니파에 대한 복수를 이곳저곳에서 하는데 대한 수니파들의 보복공격, 거기에 더해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들의 테러로 이라크는 점점 유혈의 심연으로 빠지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만행은 물론 이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세기에 가톨릭의 부패 상황을 견디다 못해 일어난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이 국교인 나라들은 신교도들을, 반대로 신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들은 가톨릭을 주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파리 등 여러 도시의 어떤 거리들에는 피가 시냇물처럼 흘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유럽 각지에서 라틴어 성경을 모국어로 번역하고 출판했다든지, 심지어는 단지 성경을 소유하거나 읽었다고 해서 화형된 순교자들, 종교재판에서 자행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고문방법 등 하나님을 섬긴다는 교직자들의 악행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양차 세계대전 중 종교지도자들이 자국 군대의 승리를 위해 기도했다든지 전차, 비행기, 대포 등을 위한 축복을 했다든지 하는 기록을 남긴 것은 예수께서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것과 정반대의 행위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코란에도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친절을 베풀라는 가르침이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알라 신의 숭배자들 사이에 평화로운 관계가 있어야 되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그러므로 끔찍한 테러를 감행하는 시아파나 수니파들의 과격분자들은 이슬람의 진정한 추종자들이 아니다. 단지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같은 교파에 속할 수도 있는 ‘적군’을 죽이도록 축복하는 교직자들이 예수의 참 추종자들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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