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TV 프로그램 중에‘스타와 함께 춤을’(Dancing with Star)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10주간의 경연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볼링댄스를 잘하는 댄싱 킹과 댄싱 퀸을 선발하는 경연대회다. 춤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팀웍이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며칠 전‘스타와 함께 춤을’ 결승전이 3,000만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영되었는데 이들의 춤은 가히 예술적 경지였다. 춤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와-정말”하고 감탄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특히 우람한 체격의 흑인 남자댄서가 보여준 율동과 표현력은 뛰어났다.
그런데 바로 그가 왕년의 달라스 카우보이스팀의 러닝백 에밋 스미스라는 사실이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에밋 스미스는 미국 NFL의 MVP에까지 올랐던 수퍼스타다. 눈물을 흘리며 은퇴선언을 하던 그의 모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그 몸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댄싱 킹이 되어 나타났으니 화제가 아닐 수 없다.
인생에는 새 출발이라는 것이 있다. 특히 은퇴한 사람들은 과거의 포로가 되어 새 출발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나이에 무슨 새 출발이란 말인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등의 자포자기에 빠지게 마련이다.
에밋 스미스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댄스가 아니다. 제2의 인생을 찾아낸 그의 새 출발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모르고 산다. 생계에 급급하기 때문에 모든 가치관이 돈에 초점이 맞추어져 돈을 잘 버느냐 못 버느냐로 유능과 무능이 평가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평생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개발하지 못한 채 삶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에밋 스미스는 풋볼스타 시절보다 지금 더 유명해졌다. 죽음을 앞둔 어느 젊은 여성 환자는 그를 만나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해 자선단체에서 ‘스미스와의 만남’을 주선할 정도이고 연말을 앞두고 전국 병원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스미스는 은퇴 후 여생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했었는데 자신이 춤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다. 행복의 알맹이는 정신적인 만족감인 보람이다. 리커스토어나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돈이 잘 벌리는 데도 가게를 파는 이유는 장사가 지겹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보람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을 나왔는데도 아버지가 운영하던 우동가게에서 대를 이어 일하는 일본인의 장인정신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유명한 식당 부엌에는 왕년의 의사나 변호사 출신들이 보조 쿡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돈보다 보람을 선택한 용감한 사람들이다.
정열은 인생의 추진력이다. 정열 없는 인생은 의미 없는 삶이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이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행복을 원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망설인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무엇을 하나 걱정할 일이 아니라 체면 같은 것 생각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 볼 일이다. 은퇴해서 골프만 치고 지내는 것은 인생 즐기기지 인생의 보람은 아니다.
clee@koreatimes.com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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