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부자’늘었으나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
미국에서 지난 5년간 집값이 크게 올라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운데도 ‘집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으나, 인플레를 감안하면 이들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웬만한 소득을 가진 가구는 현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금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USA투데이는 24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날로 커져 일반인들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게 오른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쫓겨나는 현실을, 플로리다주의 부자동네 네이플스를 사례로 들어 자세히 보도하면서, 과도한 집값 상승이 두 계층 모두에게 끼치는 이면의 손실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 동네에 싼 집은 안돼”
미 전국 평균으로는, 주택 판매가 8% 줄고 가격도 8-9월 잇따라 떨어졌지만, 네이플스에서도 고급 주택가인 포트 로열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모른다.
콜로라도주의 베일이나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 같은 곳에서도 거부들은 여전히 주택을, 그것도 현금으로 사들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이러한 상반된 흐름은 부자와 노동계층간 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데 따른 미국 지역사회의 변모 양상을 설명해준다.
일반 근로자들이 매입할 만한 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부자들의 ‘우리 동네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식의 저항에 밀려 근로자들은 먼 교외로 쫓겨나고 있고, 그로 인해 도로는 늘 정체되며, 노동력 부족으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네이플스엔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가운데 500만달러를 넘는 것만 해도 130채다. 빈부 격차문제를 전공하는 에드워드 울프 뉴욕대 교수는 “이런 극심한 불평등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소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트 로열의 부동산업자 빌 얼스는 이 동네에도 적정가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우리 동네 길에서 포드 포커스(1,500cc 소형세단)가 달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도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사는 집이 1만채나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일반 근로자들이 자기 동네에서 떠나도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최근 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종업원 부족으로)식당 서비스가 느려터지고, 샤핑센터 계산대의 줄이 길어지고, 업체들이 종업원 고용을 위해 올린 임금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면서, 적정가의 주택이 부족한 게 부자 자신들의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쓸 돈은 없는 집 부자
수년간의 주택 붐으로 중산층과 서민중에도 수백만명이 ‘집 부자’가 됐으나,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에 집을 담보로 재융자 받은 사람의 90%는 현금을 대출받아 썼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가진 사람의 재산도 커지지만 이는 또한 매입하려는 집을 담보로 한 융자도 그만큼 커지는 것을 의미해, 중산층의 경우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2001년 이래 거의 2배로 뛰어 위험스러운 지경이다.
수입의 30% 이상을 대출금 상환 등 주택에 쓰는 주택 소유주의 숫자는 2000년 27%에서 35%로 급증해 저축할 여유가 없다. 이에 반해 소득도 덩달아 오르는 부자들에겐 중산층이 겪는 집값 상승의 이러한 그늘이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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