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민족 대립, 욕설·주먹다짐·흉기위협까지
올들어 18건 신고… 파행운영에 ‘무용론’고개
LA시 주민의회의 난맥상이 윌셔-
코리아타운 주민의회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LA시 수권국(DONE)이 2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의회가 구성원들간 민족감정, 인종대립과 개인적 이해충돌 때문에 주먹다짐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돼 주민들이 참여를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2년부터 각종 혼란사태가 44건이나 신고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9월까지 벌써 18건이 신고됐는데, 이는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고발된 15건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표 참조>
혼란 유형을 보면 공포감을 조성하는 위협행위가 가장 많다.
회의 도중 대의원들이 주먹싸움을 하거나 인종 및 성차별 발언을 한 것은 물론 상대편을 흉기로 위협한 사례도 있다.
센트럴 지역의 한 주민의회에서는 중국계 대의원과 일본계 대의원간 말다툼이 발생했다. 서로 민족감정까지 들먹이던 이들은 주먹싸움을 시작했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스트 지역 한 주민회의 의장은 영어 미숙 라틴계 주민이 더듬거리며 발언을 하는 도중 “영어실력이 완숙해 질 때까지는 오지 말라”고 호통을 치며 무안을 줘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웨스트 지역 한 주민의회에서는 대의원들간의 심한 갈등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자 LA경찰관 입회하에서만 정기회의를 여는 촌극이 연출됐다.
주민의회 의장이 사사건건 자신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다른 임원을 의사봉으로 구타하려다가 시장실에서 파견된 보좌관이 만류하는 사례가 사우스 지역에서 신고됐다.
노스밸리 지역 한 주민의회에서는 “멕시칸들이 주택가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백인 대의원의 발언에 흑인, 백인 대의원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자 라틴계 대의원이 “너희들은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항의했다. 라틴계 대의원-다른 대의원간 말다툼은 흑인, 백인, 라틴계가 서로 손가락질하며 인신공격하는 것으로 악화됐고, 결국 정기회의는 무산됐다.
시장실에서 파견된 한 보좌관이 한 대의원의 신변위협 때문에 접근금지 명령(TRO)을 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이밖에 대의원 도덕성 역시 문제다. 패거리를 형성한 대의원들이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나눠먹기식 행태는 52건이 고발됐다.
시 정부 관계자는 “신고된 사례들은 경찰이 출동해 소란을 진정시킨 경우”라며 “실제 발생하는 혼란 횟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의회는 시의회와 시장실의 독주를 막고 ‘보통사람’들의 여론을 시 정책수립에 반영시킨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나이,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대명사로 인식된 주민의회는 현재 80개가 있다.
한인타운에는 윌셔-코리아타운 주민의회가 있지만 한인들의 헤게모니 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파행운영이 계속되면서 ‘주민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권국은 보고서에서 주민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경찰국, 윤리위원회, 시검찰 같은 기관들이 대의원 자질 향상에 더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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