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에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얼굴이 잠시 등장하는데 그 표정이 말이 아니다. 고통스럽고 걱정되고 마음 아픈 전형적인 부모의 표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이 비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기자가 물으니까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이라크 전쟁을 겪은 대통령이요. 그 때도 비난이 많았지.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아들)이 받는 비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내가 대통령 할 때 당한 비난보다 지금 조지가 당하는 괴로움을 보는 것이 훨씬 마음 아파”
최근 부시의 행보 중에 가장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 전격적인 국방장관 교체다. 혼자 내린 결단일까. 참모들 중에는 감히 럼스펠드의 해직을 건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체니 부통령 정도가 가능한데 체니와 럼스펠드는 포드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에서 함께 일해 온 단짝이다. 당시 부시는 대학원 학생이었다.
럼스펠드에 대한 불만은 부시 가족 사이에서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특히 퍼스트레이디인 로라 부시 여사는 럼스펠드가 대통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간다하여 못마땅해 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자주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로라 여사는 낸시 레이건과는 달리 장관 인사에 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또 라이스도 감히 럼스펠드 인사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체니도 아니고 라이스도 아니고 퍼스트레이디도 아니라면 그럼 누가 럼스펠드 제거를 과감하게 주장했을까.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에게 뼈아픈 직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현실적이고 온건파인 아버지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 왔으나 선거 후 아버지의 일급 참모인 게이츠를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이름만 유지하던 이라크위원회 베이커 위원장을 불러 향후대책을 의논하는 등 180도 온건파의 건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버지 부시가 뒤에서 코치하고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수반이기도 하지만 군령권을 가지고 있는 총사령관이다. 그가 가는 방향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전쟁터 군인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쥐고 있다. 그래서 전시 대통령의 판단은 중요한 것이다.
부시 부자에게 있어 이라크는 운명적인 인연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 모두 이라크 때문에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이라크 때문에 늪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과업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오버액션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부시 대통령이 막판 앨 고어와 플로리다에서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을 벌였을 때 머리를 빌려준 사람들이 바로 지금 이라크 문제 해결을 맡고 있는 베이커 등 아버지의 참모들이다. 미국 역사에서 ‘부시’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록되느냐. 아버지 부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더 이상 앉아서 지켜볼 때가 아니라는 가문의 절박한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난국을 헤치고 국민의 단합을 이룩한 유능한 대통령으로 남느냐, 상황 오판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갖다 준 무능한 대통령으로 남느냐가 부시 가문에 부여된 숙제다. 두 사람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영광이 잘못하면 오욕으로 변할 수 있는 운명에 놓여 있다.
<이 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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