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반영하듯 각종 살균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트랜스트랩’ 손잡이.
15분만에 한번씩 화장실 문 손잡이에 살균제를 분무해주는 HYSO 하이지닉 솔루션
미국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세균인지 요즘 시장엔 세균과 싸운다는 제품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수십종에 달하는 그 제품들은 종류도 다양해 지하철 안의 끈끈한 막대기를 잡을 필요 없다는 휴대용 손잡이도 있고, 물컵에 넣으면 DNA를 가진 것은 모두 죽여준다는 자외선 펜도 있으며 목에 두르는 공기정화기도 있다. 이런 제품들을 가지고 제조사들은 다른 사람이 더럽힌 곳을 만지거나, 더럽힌 물이나 공기를 마실 필요가 없다는 환상을 창조해내고 있다.
화장실 문, 샤핑카트 손잡이, 호텔TV 리모컨 등 커버 안씌우면“안심 못해”
위생 청결 내세운 제품들
최근 불티난 듯 팔려
휴대용 지하철 손잡이나
물 정화 자외선 장치까지
위생과 청결을 내세우는 이들은 수십가지 이유를 내세워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위험한 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감의 창궐이나 비행기 안의 탁한 공기, 아무도 재채기하면서 입을 막지 않는 버스 안이 그 예. 그러나 사회비평가들은 미국인들의 세균공포증에서 병적 흥분의 요소를 간파하고 그 원인은 위험하고 마음대로 안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고 말한다.
“아주 위험한 때에 위험한 곳에 살고 있다는 미국 사람들의 관념을 이용해서 비교적 싼값에 안전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을 파는 것”이라고 ‘공포의; 문화: 미국사람들은 왜 잘못된 것들을 두려워하나’라는 책을 쓴 배리 글래스너는 말한다.
미국 사람들이 테러 발생을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인 비행기, 학교, 대중교통 수단, 급수원과 컴퓨터가 병균 감염을 가장 두려워하는 곳과 일치하는 것은 우연일까?
언론은 급성호흡곤란이나 E 콜라이 같은 미생물의 위협에 대해 엄숙하게 보도해왔지만 인구가 3억이나 되는 나라에서는 손을 잘 닦지 않아 감기에 걸리는 수가 훨씬 더 많다. 2005년에 미국미생물학회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공중 화장실 사용후 손을 닦는다고 대답한 성인은 91%였지만 실생활에서 관찰해보면 정말로 손을 닦는 사람은 83% 뿐이다.
종이제품회사 ‘조지아-퍼시픽’은 무슨 일인지 화장실 출구에 사용한 페이퍼 타월이 쌓이고 있다는 현장 보고를 받기 시작, 조사해본 결과 화장실을 사용한 사람들이 나가면서 문 손잡이를 페이퍼 타월로 싸서 돌리고는 쓰레기 통이 멀리 놓여 있으니까 그냥 버리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올 여름에 이 회사는 문 손잡이 만한 크기의 티슈통과 그것을 버릴 쓰레기통을 문 바로 옆 벽에 달았다.
조지아-퍼시픽의 제너럴 매니저인 빌 슬리퍼는 불결한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두려움은 지난 5년 사이에 부쩍 커졌다면서 “병원에 입원해서 오히려 병을 옮는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 유람선 식중독 같은 일들이 알려지면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 중에는 일리가 없는 것도 많다고 슬리퍼는 말한다. 이 회사 조사 결과 곧 비누와 물로 손을 닦으면 되니까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데도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기 전에 손가락을 휴지로 감싸는 사람이 많아졌다는것이다.
조지아주 커밍의 풀커슨이라는 회사는 문 손잡이 문제를 다르게 해결하고 있다. 지난 5월 시카고에서 열렸던 전국식당협회 컨벤션에서 소개된 ‘새닛그래스프’는 커다란 U자형 장치로 기존의 돌려서 여는 손잡이와 달리 팔뚝으로 밀면 문을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밖에도 세균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제품들은 아주 많다. 미용사 비달 새순의 조카인 사이먼 새순(44)은 화장실 문 손잡이 위에 붙여 놓은 상자에서 15분만에 한번씩 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강도의 실균제를 분무해주는 장치를 만들어 개당 60달러에 팔고 있다. 일리노이주 샌드위치의 샌드라 바버(60)는 샤핑 카드 손잡이를 쥐어야만 하는 것이 언제나 신경에 거슬렸던 데다 남편이 면역체계가 약화되는 병에 걸리자 카트 손잡이에 달라붙는 보호용 비닐조각인 ‘새니-샤핑 카버’를 발명하기에 디르렀다. 개당 3달러49센트인 이 제품은 온라인으로 1,000개쯤 팔렸다.
호텔 방의 베드스프레드는 시트만큼 자주 빨래하지 않을 것을 염려하는 손님들을 위해 매리옷 호텔은 작년부터 ‘리바이브’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불에도 하얀 면 커버를 씌워 시트와 함께 빨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자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세균의 온상인 호텔 텔리비전 리모트 컨트롤에 씌울 플래스틱 백을 가지고 다니고, 방에 비치된 커피잔을 사용하지 말라고 귀띔한다. 청소부들이 제대로 닦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잔도 화장실 닦은 걸레로 닦아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인 식음료업계 컨설턴트 줄리 자가스(34)는 출장이 잦아 아플 시간도 없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면 우선 목에 앨러지 유발 물질과 바이러스를 퇴치해 준다는 ‘에어 서플라이 아이오닉 퍼스널 에어 퓨리파이어’를 두른다. 다음엔 비행기 좌석의 팔받침과 머리받침, 트레이 테이블을 ‘클로락스 디스인펙팅 와입스’로 닦고 자기가 가져온 여행용 면 담요를 꺼내 덮는다.
최근 세균에 대한 의식화가 시작된 것은 1997년에 손 소독용 젤 ‘퓨렐’이 시판되고부터. 1998년부터는 의료계에 보급된 이 제품의 제조사 파이저는 세균과 싸운다는 상품들이 많이 나오자 제품을 업데이트해 오고 있다.
그러나 공기필터, 코 스프레이, 위생 머리받침 커버 같은 것들이 세균 감염을 막아줬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런 것은 점점 스타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세균방지 시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1년에 ‘하이드로-포톤’이 내놓은 ‘스테리펜’은 오지에서 마실 물을 소독할 때 사용하는 휴대용 자외선 장치지만 산골짜기에서 캠핑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더 조심하느라 사용하고 있다.
대도시는 아무래도 세균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다. 에밀리 벡이 발명한 ‘시티 미츠’는 통근객들이 지하철 손잡이를 잡을 때 끼는 미끄러지지 않는 살균 장갑. 가벼운 깃대 위에 꽂힌 작은 노란 배너 ‘익스큐즈 미’ 깃발은 허리에 꽂고 걸어 다니면 앞 뒤로 움직여 다른 보행객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그 사람의 얼굴을 칠 정도로 타인과의 사이에 간격을 만들어 준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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