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뉴 윈저의 ‘해나포드 브라더스’ 수퍼마켓에 진열된 ‘가이딩 스타즈’ 전시물 옆으로 샤핑객이 지나가고 있다.
요즘 식품점에 가면 건강에 좋다는 제품들이 많아져 소비자들은 그런 물건들을 좋은 기분으로 샤핑 카트에 담지만 뉴잉글랜드의 한 그로서리 체인에 가면 죄의식을 더 느끼게 된다. 이 체인 ‘해나포드 브라더스’가 개발한 ‘가이딩 스타즈’라는 시스템은 매장내 거의 모든 식품과 음료의 영양가를 평가해서 0부터 3개까지 별로 표시하고 있다. 2만7,000개 제품중 77%가 별을 달지 못했는데 그중에는 몸에 좋은 것이라고 광고되는 가공 식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즉 ‘V8 주스’ ‘캠벨’의 ‘헬시 리퀘스트 토마토 수프’, 대부분의 ‘린 퀴진’과 ‘헬시 초이스’ 냉동 디너는 소디움 함량이 너무 높아서 제외됐고 과일이 든 요구르트 역시 거의 전부가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별을 받지 못했다. 전지 우유 또한 지방이 너무 많이 별이 없다. 반면 대부분의 과일과 야채는 별 세개를 달았으며 연어와 ‘포스트’의 ‘그레이프-너츠’ 시리얼도 별이 세개다.
뉴잉글랜드의 그로서리 체인 ‘해나포드’
모든 식품의 영양가 자체 평가해 ★표시
FDA 통과한 제품 대다수가 ★표 못받아
장점만 강조 염분·당분 과다 등 숨긴 탓
점점 더 많은 제품들이 건강식품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때에 해나포드의 기준에는 미달하는 제품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은 연방식품의약청의 규제를 받는 영양성분표가 과연 진실인지, 혹시 해너포드측의 평가기준이 지나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 대답이 어느 쪽이건 간에 많은 제품들이 주장하는 건강상의 혜택이 영양보다는 마케팅과 훨씬 더 많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만 확실해진다.
사실 지난 9월에 도입된 이 평가 시스템 때문에 이 식품점은 불편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매장에서 팔려는 물건과 그를 제공하는 회사들을 판단하는 입장이 된 것인데 사실은 해나포드의 자체 브랜드 제품들도 별을 받지 못한 것이 많다.
해나포드측은 흑백을 가리자거나 설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원하는 샤핑객들에게 하나의 지침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별을 달지 못한 음식들도 균형식단에 설자리가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나쁜 음식은 없습니다. 좋은 것, 더 좋은 것, 제일 좋은 것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밝힌 이 회사 대변인 캐런 엡스틴에 따르면 식품제조사들은 ‘가이딩 스타즈’를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별표 등급을 가격표와 같이 표시해도 제품 진열이나 판매방식을 바꾸지는 않아 회사나 제품이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 누그러졌다.
해나포드측 영양사들은 자기들의 시스템이 FDA가 사용하는 지침보다 더 엄격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FDA는 식품회사들이 지방 함량이 낮다던가 섬유소가 풍부하다는 식으로 제품을 정의할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지침을 정해놓고 있는데 그런 명칭은 그밖에 바람직하지 못한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해나포드의 패널리스트들은 자기들의 평가 기준이 모든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모두 고려한, 보다 균형잡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업계가 해나포드가 내린 결론을 마땅치 않게 여기고 트집을 잡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자의적인 평가체계를 가지고 좋은 식품, 나쁜 식품을 갈라 놓으려는 생각 자체가 마땅치 않다”고 말하는 캠벨 수프 회사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 존 포크너는 ‘헬시 리퀘스트’ 라인은 연방정부의 건강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애그라 푸즈’ 대변인 스테파니 차일즈도 해나포드가 어떻게 해서 자사의 ‘헬시 초이스’ 라인중 다수가 별을 하나도 받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헬시 초이스’ 역시 FDA의 엄격한 건강식 기준을 따랐다는 것.
그러나 ‘가이딩 스타즈’를 흠모하는 사람들은 이 시스템은 식품 포장지에 쓰여진 영양분석이 기술적으로는 사실일지라도 얼마나 소비자들을 오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섬유질이 많다거나 전이 지방이 없다는 등 몇가지 건강에 좋은 점은 크게 외쳐대지만 소디움 함량이 너무 많은 것 같은 부정적인 면은 무시하는 포장지가 많다는 것이다. ‘제너럴 밀즈’의 시리얼의 경우 섬유질이 들어 있을지 몰라도 설탕 함량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광고되지만 해나포드에서 별을 받지 못한 제품 중에는 설탕,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 있거나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많았다고 해나포드 방식을 개발한 자문위원회 위원이었던 다트머스 의대 소아과 교수 리사 서덜랜드는 말한다. 예를 들어 ‘V8’은 필수 항산화성분과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 있다고 선전되지만 그것을 마시는 것은 소금이 잔뜩 든 비타민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서덜랜드는 “FDA의 표시 지침은 한마디로 너무 관대하다”고 말했다.
브뤼셀의 델레이즈 그룹 산하 델레이즈 아메리카의 일부분인 해나포드는 여론조사 결과 고객들이 영양정보에 혼동을 느끼고 있음이 드러나자 ‘가이딩 스타즈’를 만들었다. 영양학자와 의사등 7인위원회를 구성하여 식품의 건강도를 평가할 공식을 개발했다. 뉴잉글랜드 5개주에 158개 매장을 갖고 있는 이 체인이 식품소매업체중 최초로 개발한 이 공식은 각 제품을 100칼로리만 섭취할 때 그 영양 및 성분 분석표에 나타난 정보만 가지고 평가했다.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통곡식을 사용한 것은 점수를 받고 전이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소금 및 설탕이 첨가되면 점수를 받지 못했다.
식품업계를 추적 조사하는 ‘슬로언 트렌즈’의 엘리자베스 슬로언 사장은 식품회사들이 자사 제품이 더 건강에 좋도록 성분을 바꾸는 것은 인정해줘야 하지만 그들이 모든 지방과 설탕, 소금을 제거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맛이 없어지면 아무도 그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양학자들과 식품업계 분석가들은 해나포드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미국인들과 그들의 식습관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건강해지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바꾸고 싶어하지는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식품들 역시 원래보다 나아지기는 해도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들일 요소는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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