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에서 놀고 있는 암퇘지.
소·돼지·닭 등
인도적으로 사육
‘동물복지’ 강조한
레이블 속속 등장
값 두배에도 잘팔려
호울푸즈 마켓도
‘애니멀 컴패셔닛’준비
앞으로 수많은 소, 돼지, 닭이 사람들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 조금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살 것 같다. ‘애니멀 컴패셔닛’이란 레이블을 준비중인 호울푸즈 마켓을 비롯, 동물애호단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동물의 복지를 강조하는 레이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개닉’이나 ‘내추럴’이란 레이블이 그랬던 것처럼 동물복지 레이블은 경쟁업체가 갖지 못한 제품을 내놓으려는 식품 소매상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호울 푸즈’가 육류에 붙이려고 준비중인 ‘애니멀 컴패셔닛’은 동물들이 도살될 때까지 인도적인 방법으로 사육됐음을 말하는 것이다. 식품소매업계에는 ‘프리 팜드’ ‘서티파이드 휴메인’ ‘케이지 프리’ ‘프리 레인지’등 동물복지 주장 레이블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레이블은 많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동물애호가 같은 틈새시장 이외에서도 환영받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 레이블이 붙은 고기와 계란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거의 두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물복지 레이블이 이처럼 늘어나는 데는 동물애호단체들이 한 몫을 했다. 예를 들어 휴메인 소사이어티 오브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는 2년전부터 암탉을 우리에 가두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동물복지 레이블은 식당업계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이미 소수의 고급 식당은 ‘서티파이드 휴메인’ 레이블을 단 고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치포틀리 멕시컨 그릴’은 자사 웹사이트와 빌보드 광고에서 인도적으로 사육하는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이 체인의 창립 회장인 스티브 엘스는 항생제와 호르몬 없이 인도적으로 사육한 돼지의 고기를 부리토에 넣기로 한 결정은 공장식 동물사육에 대한 개인적 혐오 뿐만 아니라 인도적으로 기른 동물의 고기가 맛도 더 좋을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었다고 말한다. 그런 돼지고기가 6년전 메뉴에 추가된 이후 돼지고기 부리토 매출은 값이 1달러씩 뛰었는 데도 불구하고 금방 두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음식 맛도 좋아지면서 식품공급 체계에도 좋은 기여를 하니까 멋진 일이지요”
우리에 가둬 기르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 시장 역시 보통 달걀보다 60%나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육류 포장에 동물복지를 내세우는 레이블이 붙는 지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작은 틈새시장에 머무르고 있지만 호울 푸즈가 186개 매장에 ‘애니멀 컴패셔닛’ 레이블을 내놓기 시작하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정도다.
‘서티파이드 휴메인’ 레이블을 단 육류가 날개돋힌 듯 팔리는 곳이 최소한 하나는 있다. 뉴욕의 작은 그로서리 체인 ‘다고스티노’에 따르면 ‘서티파이드 휴메인’ 로고를 붙인 이후 가격이 평균 30~40% 비싼 데도 육류 판매고가 25% 나 뛰어 올랐다.
기타 서너개 업소도 동물복지 레이블 덕을 본다고 믿고 있다. ‘서티파이드 휴메인’ 레이블을 사용한 이후 매출에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기록할 정도는 아니고 그보다는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됐다고 ‘머리즈 치킨’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스티브 골드는 말한다.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최근 살아있는 바닷가재 판매를 금지시킨 호울 푸즈는 지난 3년간 ‘애니멀 컴패셔닛’ 표준 마련 작업을 해왔고 두어달 후 농부들이 규정을 지키는 지 확인할 감사지침이 마련되자마자 그 로고를 공표할 예정이다. 채식주의자로 동물의 권리에 대해 앞장서 발언해 온 존 매키 회장이 주도한 이 레이블은 “마케팅 방편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기 바란다”고 이 회사의 품질기준 담당 부사장 마가렛 휘튼버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동물복지 레이블은 이미 ‘오개닉’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 ‘풀을 먹인 것’ ‘내추럴’ 같은 레이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연방정부의 ‘오개닉’ 기준에는 이미 알을 낳는 암탉은 우리에 가두지 못하며, 가축들의 옥외 출입을 의무화 시키는등 동물복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인도적이고 동물의 복지를 증진시킨다해도 ‘오개닉’ 이상가는 의미를 지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동물복지 레이블 허가 프로그램의 유효성도 문제다. 어떤 레이블은 돼지의 꼬리를 자르고 동물들을 전적으로 실내에서 키우는 것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일반적으로 농장 동물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규제하지 않으며 동물복지 레이블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오직 레이블이 진실을 말하고 ‘프리 레인지’ ‘내추럴’ ‘오개닉’이란 말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리도록 요구할 뿐이다.
그래서 대신 동물애호단체들이 동물복지 레이블에 신뢰도를 더하기 위한 허가를 자청하고 있다. 아메리칸 휴메인 어소시에이션은 ‘프리 팜드’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휴메인 팜 애니멀 케어는 ‘서티파이드 휴메인’ 레이블을 감독한다. 애니멀 웰페어 인스티튜트도 다음 달에 자체 레이블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의 동물복지기준은 저마다 현재 업계 관행보다 엄격하다. 예를 들어 달걀을 낳는 암탉은 일반 양계장처럼 계속 철망 속에 가둬두면 안되고, 보통 실내에서 키우는 젖소도 하루에 최소한 4시간은 운동을 시켜야 하며, 꼬리도 잘라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저마다 조금씩 차이도 있어 프로그램 운영자들간에는 어느 것이 더 좋은지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애니멀 웰페어 인스티튜트와 ‘프리 팜드’ 레이블은 돼지가 땅을 파헤치기 어렵도록 코에 고리를 끼우도록 허락하지만 다른 단체는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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