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제품 정보공개 안해도 되고
구매한 사람들도 거의 반응없어
델 노트북 배터리 적극 리콜때
같은 혐의 애플·소니 침묵이 예
연방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대한 결함이 있는 제품을 회수시키는 ‘리콜’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리콜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더러 안전위원회는 회수조처의 효율성을 측정하지도 못한다. 제조회사들은 결함있는 제품을 팔았음을 널리 알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데 누가 그 제품을 사갔는 지도 모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 매체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안전위원회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놓고 사람들이 TV나 라디오를 통해 듣거나 보기를 바라는 것이 전부다. 또 리콜이 발표된 후에도 소비자 보호를 책임지는 연방기관인 안전위원회는 리콜당한 회사가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정보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최근 리콜된 노트북 컴퓨터의 리듐-이온 배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 ‘델’이 8월에 처음으로 불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410만대의 노트북 컴퓨터 배터리를 회수해야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노트북을 가진 사람들은 ‘델’ 것에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사실은 ‘애플’ ‘레노보’ ‘소니’ ‘도시바’ ‘게이트웨이’와 ‘후지쯔’가 모두 같은 회사 ‘소니’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시기에 같은 공정으로 제조된 비슷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델’이 자체 조사 결과 통보해줬기 때문에 안전위원회는 알고 있었다.
‘델’은 그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간부들이 수십차례 인터뷰에 나섰지만 다른 회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몇주가 지나고 노트북 몇개에 불이 더 난 다음에야 ‘애플’이 자기 회사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고 180만개의 노트북 배터리를 회수하면서 ‘배터리 교환’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레노보’는 더 조용하게 9월말에 50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회수했고 지난 주에는 ‘소니’ ‘도시바’ ‘게이트웨이’와 ‘후지쯔’ 노트북 340만대가 리콜됐다. 다 합하면 990만대가 넘는 노트북 배터리가 회수됐는데 모두 ‘소니’가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3개월이 넘은 이유를 안전위원회는 말하지 못한다. 정보공개가 연방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리콜이 얼마만한 효과를 가져왔는 지를 보여줄 제품회수율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제일 떠들썩하게 회수된 제품중 하나가 1999년에 ‘버거킹’이 칠드런즈 밀에 넣어 나눠준 공처럼 생긴 포키몬 장난감 컨테이너였다. 생후 13개월된 아이가 질식한 이후 부모가 소송을 해 타협으로 끝냈는데 그때까지 나눠 준 2,500만개 가까운 장난감을 도로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프렌치프라이 작은 봉지를 주겠다고 리콜하는 회사로서는 드물게 광고까지 했지만 가져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안전위원회 직원들은 말한다. 대부분은 그냥 버렸을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이다.
사실 광고만이 능사도 아니다. 최근 리콜된 제품중 가장 널리 광고된 것중 하나가 ‘포드 익스플로어러’에 단 ‘파이어스톤’ 타이어일텐데 그렇게 언론 매체에 널리 보도됐건만 자동차를 딜러에 가져온 차 주인은 60% 정도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페어 타이어는 바꾸지 않고 그냥 가져 가버려 현재 자동차에 달려 돌아가고 있거나 실려 다니고 있을 결함있는 타이어는 650만개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리콜의 경우 제조사는 소비자가 워런티카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는 한 누가 그 제품을 사갔는 지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 워런티 카드는 나이, 수입, 그 제품 광고를 어디서 봤냐는둥 귀찮은 대답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제출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에 소비자운동가들은 제조사들이 더 단순한 제품 등록 카드를 만들거나 추적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등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소비자들의 참여라고 강조하고 있다.
리콜된 제품에 대해 알고 싶은 소비자들은 정부 사이트인 www.cpsc.gov나 www.recalls.gov를 참고하면 된다. 새로 리콜된 제품들을 이메일로 통지받고 싶으면 www.cpsc.gov/cpsclist.asp에서 신청하면 된다. ‘컨수머 리포츠’지의 웹사이트에도 최근 리콜된 제품 목록이 나와 있다. www.consumerreports.org/cro/ consumerprotection/recalls/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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