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이스트 위냇치의 자기 농장 앞 좌판에서 매리 앤 레치아가 파는 사과도 ‘스마트프레시’ 개스 처리를 한 것이다.
‘스마트프레시’ 개스로 처리한 사과. 빨간 것은 ‘게일라’고 노란 것은 ‘골든 딜리셔스’다.
“매직개스로 저장했죠”
가을에 햇사과를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달콤한 과즙과 아삭아삭한 과육의 씹히는 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향은 좀 덜해지더라도 그 아삭아삭한 질감과 과즙을 몇달 더 오래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일의 숙성을 지연시키기 위해 농부와 유통업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프레시’라는 개스 덕분이다.
과일의 숙성 지연위해 사용 ‘스마트프레시’
배·토마토·망고 등 많은 과일 저장에 이용
인체 무해하고 값도 아주 싸 더 확산될 듯
‘스마트프레시’는 사과 이외의 다른 과일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 이 개스로 처리한 캔털롭과 바나나가 이미 판매되고 있다. 제조사인 ‘애그로프레시’ 관계자 및 사과 도매상들은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사과의 55~60%가 ‘스마트프레시’로 처리됐다고 말하고 있다. 2002년에 나온 인조개스인 ‘스마트프레시’ 처리 원가는 사과 1파운드당 1센트에 불과하며, 살충제 전문가들은 인체에는 거의 무해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개스는 과일을 익혀서 결국 썩게하는 천연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의 숙성 효과를 차단시켜 준다. ‘스마트프레시’로 처리한 조나골드는 6개월후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저장한지 2개월된 것만큼 단단하다. 레드 딜리셔스는 저장한지 3주 후에도 1주일된 것만큼 아삭거린다.
농부들은 1960년대부터 공기중 산소는 줄이고 탄산가스 함량은 늘인 창고에 사과를 보관해왔다. 대기조절저장이라 불리는 이 방식 덕분에 비록 맛이 좀 덜해지고 매장에 내놓으면 퍼석이고 반점이 생겼을 지라도 일부 품종은 일년 내내 판매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스마트프레시’로 처리한 사과는 그 새콤한 맛과 아삭아삭한 씹히는 맛, 과즙을 그대로 보존한 채로 기존 방식으로 보존한 것만큼 달다. 또 하니크리스프나 코틀랜드 같은 품종은 껍질이 번질거리지도 않게 된다.
여기가지는 좋았지만 ‘스마트프레시’는 사과 맛의 균형을 변화시킨다. 에틸렌을 억압하면서 풋풋한 향을 주는 알데히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익은 사과에 과일향을 부여하는 에스테르까지 감소시킨다. 향의 감소는원래 향이 별로 없는 후지나 그래니 스미스 같은 품종에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매킨토시 같은 독특한 향이 나는 사과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개스처리된 후 수주간 저장되었던 사과를 꺼내 놓아 화학적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향이 더 난다고 말한다.
사과와 달리 나무에서 딴 다음에 익혀야하는 배나 아보카도 같은 과일은 ‘스마트프레시’로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적절한 시기에 수확하지 않았거나 개스를 조금만 많이 쏘여도 배가 썩을 때까지 딴딴하고 파랗다. 그래서 과일을 단단하게 오래 보관하면서도 제대로 익히는 방법은 계속 연구되고 있는데 작년 겨울부터 중미에서 ‘스마트프레시’ 처리를 한 캔털롭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더 익혀서 딴 과일이 썩지도 않고 흐물거리지도 않아 올해는 수입량이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애그로프레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개스로 처리해 매장 진열대에서 이틀이 아니라 나흘이나 갈색 반점이 생기지 않는 바나나는 이미 대형 전국 소매체인에서 팔리고 있다. ‘스마트프레시’는 토마토도 더 단단하게 해준다는 연구가 있지만 아직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소량의 영업용만이 이 개스로 처리되고 있다.
사과 이외의 과일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스마트프레시’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배의 상당량, 유럽으로 수출되는 아프리카와 칠레산 아보카도와 칠레산 키위, 프랑스와 칠레산 자두도 이 개스를 쐰다. 이밖에 학자들은 ‘스마트프레시’가 망고와 브로콜리 등 수십가지 다른 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은 더 품질도 좋아지고 보존 기간도 길어지는 반면 어떤 것은 향이 사라지는 등 소비자들은 다양한 변화를 감지하게 될텐데 ‘스마트프레시’ 덕분에 장거리 운송이 쉬워져 요즘은 중국산 사과도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프레시’는 에틸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개스 ‘1메틸사이클로프로핀(1-MCP)’의 상표명으로 노스캐럴라이나주립대학 교수들인 에드워드 시슬러와 실비아 브랭큰쉽이 1990년대 초에 에틸렌에 미치는 효과를 발견하고 1996년에 그 사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 1999년부터는 자른 꽃과 화분에 심은 식물의 신선도 유지에 사용되어왔다.
‘애그로프레시’는 연방환경청(EPA)의 사용허가를 얻어 2002년 7월부터 사과, 멜런, 토마토, 배, 아보카도, 망고, 파파야, 키위, 복숭아, 넥타린, 자두, 살구와 감에 사용해왔고 26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용허가를 받았는데 그 사용여부는 레이블에 표시되지 않는다.
사용법은 ‘애그로프레시’사 기술자가 금방 딴 사과 저장실에 가루와 물이 혼합된 원뿔 모양의 장치를 넣어두면 거기서 1-MCP 개스가 나온다. 이 개스를 하루 동안 쏘인 사과에서는 잔류물이 탐지되지 않는다는데 살충제 사용 감소를 주장하는 단체인 ‘페스티사이드 액션 네트웍’의 연구자 수잔 케글리도 “스마트프레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위험은 매우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스 처리된 사과는 곧 팔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겨울 이후에 방출된다. 요즘 일부 대형 그로서리 체인은 한겨울 지나서 구입하는 사과는 반드시 개스 처리할 것을 요구해 어떤 중간업자는 개스 처리를 하지 않고도 했다고 거짓말하기도 한다는데 농가 앞 좌판이나 파머스 마켓에서도 개스 처리된 과일이 팔리기도 한다.
아무리 장점이 있어도 개스 처리를 한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계절에 그 지방에서 나는 과일을 사 먹으면 될 것이다. 아직 오개닉 사과는 개스처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애그로프레시’는 곧 전국오개닉표준위원회에 ‘스마트프레시’ 처리한 과일에도 오개닉 레이블을 달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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