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추해지고 있다.
중간 선거를 2주 앞두고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공화, 민주 양당이 쏟아내는 TV광고도 막가고 있다. TV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흙탕물 싸움은 경쟁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심하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 예가 현직인 공화당의 밥 코커와 민주당의 유망주 해롤드 포드 후보가 상원의석을 놓고 맞붙은 테네시주.
테니시주 선정성·인종갈등 조장 여론 질타
테네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선에서 연승을 거두었던 이른바 ‘적색 주’인데다 코커의 지지율이 높아 공화당의 확실한 승리가 점쳐지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흑인 후보 포드는 ‘갑부 의원’ 코커의 축재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한 그의 본회의 투표 기록과 ‘공화당의 짐’으로 전락한 부시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판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확실히 수중에 넣은 것으로 여겼던 의석이 불안해지자 당황한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포드 후보의 정책 대신 사생활과 피부색깔에 초점을 맞춘 흑색 TV광고로 재역전의 발판을 삼으려 들었다.
이 광고에는 상반신에 목걸이만 달랑 걸친 여성이 등장, “나는 포드와 플레이보이 파티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폭로’한다. 테네시주 전역에 방송된 이 광고는 금발의 반라 여성이 진한 콧소리에 야릇한 몸짓을 섞어가며 포드 후보에게 “전화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탈 조짐을 보이는 테네시주의 백인 유권자들을 묶어놓기 위해 이들이 금기시하는 흑백 남녀관계에 초점을 맞춘 ‘더러운 광고’다. 포드 후보는 플레이보이 잡지가 주최한 수퍼볼 파티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러운 광고’는 역효과를 냈다. 유권자들의 비난이 들끓자 코커 의원은 “우리의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이 광고는 너무 심하다”며 RNC에 직접 광고 중지를 요청했다. RNC는 부랴부랴 광고를 철회했지만 코커 의원은 이미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섹스 광고로 인해 포드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11월7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6석을 추가할 경우 상원을 탈환하게 된다. 현재 상원의 의석분포는 공화 55석, 민주 44석, 무소속 1석이다. 총 33석이 걸린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현역의원은 18명, 공화당 현역의원은 15명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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