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 닉슨은 내가 박력이 없다고 봤을 것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인 도로 부시 코치(47)가 최근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의 생애를 조명한 ‘우리 아빠, 우리 대통령’(My Father, My President)이란 책을 펴냈다.
23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아버지 부시의 6남매 중 생존해 있는 유일한 딸인 코치는 아버지의 친구와 보좌관들, 아버지의 일기, 서신 그리고 자신이 나눈 대화를 토대로 생전에 자서전을 쓰지 않고 역사가 자신을 평가하도록 하겠다던 아버지의 면모를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렸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공화당 전국위원장이던 아버지 부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일기에 백악관의 음울함은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라면서 대통령이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되고 국익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공평하게 대처할 수도 없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코치에게 닉슨은 터프 가이를 좋아했는데, 그는 내가 다른 보좌관들과 달리 불도저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늘 느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책에는 부시 가문의 권력과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가 19살 여자 친구와 결혼하겠다고 고집한 얘기, 돈을 아끼려고 동생 젭의 결혼식 사진을 찍겠다고 나선 마빈 부시가 콘서트때 찍은 필름 위에 겹쳐 찍는 바람에 사진이 엉망이 된 일, 아버지 부시가 젭의 약혼녀를 리허설 디너 때야 만난 일 등 식구 많은 집이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이 망라돼 있다.
특히 코치가 태어나기도 전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던 장녀 로빈이 병마에 시달렸던 당시 교회 선데이 스쿨에서 교사를 했던 아버지 부시가 늘 머리가 헝클어지고 수염도 깍지 않은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나타나 삶과 죽음, 전쟁, 신앙, 희망과 절망 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았던 인간적인 면면도 나타나 있다.
코치는 또 아버지 부시가 자기 여 보좌관과의 염문설로 시달렸던 일을 지난 1988년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레 해명하기도 했다.
두카키스는 당시 아버지 부시의 염문설을 공개적으로 떠들었던 자기 보좌관 도너 브러질을 해고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염문설과 관련해 조그마한 단서도 가진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코치는 이와 함께 개표 논란이 빚어졌던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오빠인 부시 후보의 상대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관저 앞에 변장을 하고 가 패배자야, 체니 집에서 나와라하고 구호를 외쳤던 일도 소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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