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훨씬 넘은 한인 노인이 찾아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하소연을 했다. 한때는 잘나가던 자신이 사회복지센터의 어린 한인 안내원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노인들의 자존심에 가장 치명적인 말은 “못 알아들으면 자식들에게 연락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화병을 얻어 왔다며 그 불친절함이 도를 지나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노인의 한탄은 30분 이상 계속되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말을 더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어지면서 이야기는 어느새 옛날 일제 때로 흐르다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10분이 더 걸렸다.
마음을 다친 사람은 성의껏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나는 노인의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겪어보지도 못한 전쟁을 이해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들었다.
진정이 된 듯 노인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 이 노인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1세 노인들과 2세 통역 직원들간 실랑이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일제시대와 6.25 사변을 겪으며 고생을 한 한인 노인들은 매사가 “대한민국 인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라는 식이다. 그런 무대뽀 정신이 법을 어기면 큰일이 일어날 것같이 융통성 없고 철저하기만 한 1.5세나 2세들과 만만치 않은 충돌을 일으킨다.
그 원인을 짚어보면 1세들의 잘못된 교육방침과 가정교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 장래희망은 의사, 변호사이어야 하고, 조금 자라서는 유명 대학에 들어가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가르치는 한인가정 자녀교육은 고졸 또는 초급대학을 나온 1.5세나 2세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한인들이 그것을 되돌림 받고 있지 않을까.
봉급이 적은 직업 중에 한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사람들이 항상 모자란다. 특별히 사회 복지에 관한 일은 더 더욱 심하다.
예를 들어 간단하게 통역 해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긍심 부족과 자신감 결여로 인한 스트레스성 불친절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말투와 텃새는 한국의 동사무소 이상으로 심하다고들 입을 모은다.
오렌지카운티에 정부기관의 도움으로 노인들 집으로 식사를 배달해 주는 배달식사(Meals on Wheel) 프로그램이 있다. 그 식단에 베트남 음식이 들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먹고 자란 음식이 더 그리운 법인데 음식으로 세계를 장악한 중국, 한국, 일본 음식은 그 식단에 없다.
오렌지카운티에는 시장이나 시의원 또는 사회복지사들 밑에서 일하는 말단직 공무원들 중 베트남계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작은 힘이 이루어놓은 것이다. 타민족들에게 대가족제라는 비웃음을 당하고 있으나 그들은 미국에 사는 노인들의 식생활 고충을 알아 마련해 놓은 것이다.
70년대 베트남의 난민들을 기억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가장 똑똑한 아시안으로 베트남인을 뽑았다. 대학 시절 베트남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강의를 들으며 그들의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가족과 부모에 대한 효성이었다.
기초가 튼튼해야 기둥이 서고 멋진 건물이 세워진다.
한국에서 이민 오며 가져온 교육법은 자녀가 최고의 물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도록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교육방법이다. 이제 그런 한국식 교육방법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성실히 살 수 있는 인물을 양성하는 미국식 교육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 효성을 몸소 실행하여 보여 주는 인성교육이 우리 한인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해주지 않을까.
<토마스 오> 소셜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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