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니까 몇년 전 평양에 갔을 때 북한 안내원의 큰소리 치던 모습이 생각난다. K라는 이 안내원은 평범한 안내원이 아니었다. 국제 정세에 훤하고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다. 순수한 관광안내원은 아니고 정보기관에서 파견 나온 사람 같았다. 버스에서 한 자리에 앉아 가던 중 K가 느닷없이 기자에게 물었다.
“부시를 어떻게 생각 하십네까”
“글쎄요, 좀 강경파죠”
“겁 안 난다구요. 그깟 놈의 것, 한번 붙어 보자구요”
“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 공화국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언제든지 미국 놈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구요. 크면 뭘 해요. 미국은 종이 호랑이요, 종이 호랑이”
그러면서 이 친구 한다는 소리가 지구상에서 지금 미국에 굽히지 않고 맞서 싸우는 나라는 공화국(북한)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쥐약 먹었고 그밖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종속국이라고 했다. 오직 공화국만이 미국과 맞서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고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핵무기 가지고 있수다”라는 냄새를 풍기려고 애를 썼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큰소리치며 쌈닭처럼 벼슬을 세우기만 하는 것일까.
북한을 깊이 관찰해 보면 이들의 호전적인 자세에 이해가 간다. 어디를 가도 ‘김일성 수령’이 우선이다. ‘김정일 장군’은 아직 우상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년궁전 공연에서도 막이 오르면 김일성의 초상화가 먼저 비쳐지고 김정일은 맨 나중에 슬쩍 등장한다.
지금 북한은 극도의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냥 놔 뒀으면 붕괴되는 것인데 남한이 햇볕정책이니 뭐니 해서 도와주는 바람에 숨을 돌이키고 있다는 것이 럼스펠드 등 부시 행정부 고위 참모들의 의견이다. 미국이 금강산 관광을 못마땅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은 이 어려운 경제 고비를 “미국과의 전쟁위기”로 국내 관심의 초점을 다른데 쏠리게 하는데 성공했으며 북한이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는 것으로 김정일의 리더십을 포장하고 있다. 벼랑 끝 위기가 북한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원동력이다. 누군가를 국민의 적으로 내세우고 “저놈 죽여라”하는 식으로 증오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북한이라는 자동차의 엔진은 멎게 되어 있다.
여기다가 미국의 공화당도 체질적으로 북한과 비슷한 정권 유지 원리를 지니고 있다. 항상 적(enemy)이 있어야 힘을 얻어 버티는 정권이 공화당 정권이다. 게다가 군사적인 위기가 없으면 미국의 방위산업체가 불경기를 맞게 된다. 공화당은 방위산업체의 대변인이다. 과거에는 소련이 공화당 선거 승리에 큰 도움을 주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부시나 김정일이나 항상 적을 필요로 하는 정권이다. 김정일이 초강경 자세를 보일수록 공화당에게는 유리하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부시는 북한과의 관계를 더 긴장사태로 몰고 갈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도 경제난을 커버하기 위해 더 강경 자세로 나올 것이다.
<이 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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