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이 시리아의 타렉 알 자반의 태클에 걸려 볼을 뺏기고 있다.

한국축구가 중동의 복병 시리아와 1-1로 비기며 어렵게 내년 아시안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1일 새벽(LA시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축구대회 예선 B조 홈경기에서 전반 8분 조재진이 선제 헤딩골을 뽑아 리드를 잡았으나 전반 17분 시리아의 역습에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이로써 조별리그 3승2무(승점 11)를 기록한 한국은 이날 대만을 2-0으로 제압한 이란과 공동선두로 내려앉았으나 조 3위 시리아(1승2무2패·승점 5)와 승점 6차 간격을 유지해 다음달 15일 있을 이란과의 원정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이란과 함께 조 상위 2팀에게 주어지는 본선티켓을 따냈다.
이날 베어벡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짰던 지난 8일 가나전과 달리 가동 가능한 베스트 라인업을 내보냈으나 골 결정력 부재로 ‘내용은 이기고도 결과는 이기지 못하는’ 고질적인 아쉬움만 진하게 안겨줬다. 최성국, 조재진, 설기현을 스리톱에 배치하고 미드필드에 김두현, 김정우, 김남일, 포백에 이영표, 김동진, 김상식, 송종국을 내보낸 한국은 초반 탐색전을 마친 뒤 8분만에 김상식이 수비진영에서 길게 대각선으로 연결해준 볼을 받은 최성국이 왼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치고 들어가 올려준 크로스를 조재진이 헤딩으로 연결, 선취골을 뽑았다. 독일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급부상한 조재진은 A매치 27게임에서 8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불과 9분 뒤 중앙 수비로 나선 김상식과 김동진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마흐무드 알 아메나의 롱패스 한 방에 일자수비라인이 뚫렸고 지아드 차보가 단독찬스를 잡는 순간 뛰쳐나온 골키퍼 김영광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가슴으로 볼을 쳐냈으나 이를 뒤따라오던 마헤르 알 사예드가 낚아채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간 뒤 사각에서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네트를 갈라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전반 20분에도 차보에게 돌파를 허용해 위기를 맞았으나 김영광의 선방으로 실점을 면했다.
이후 한국은 전반적으로 경기를 지배했으나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만 고집하는 단조로운 패턴으로는 시리아의 밀집수비를 뚫기에 예리함이 부족했고 그나마 찾아온 수차례 득점기회서도 고질병인 결정력 부족으로 추가골을 얻지 못해 시종 답답한 경기를 했다. 전반 31분과 41분 김두현이 위협적인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에 걸렸고 후반 28분에는 최성국이 골 정면에서 단독찬스를 잡았으나 뛰어나온 골키퍼를 넘기려다 크로스바까지 넘기고 땅을 쳤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