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사색의 계절이다. 꽃이 피는 봄이나 무더운 여름에 사색한다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계절에도 리듬이 있기 마련이다. 사색에 어울리는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파란 하늘, 점점이 흩어져 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가을은 매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다. 사색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 덴마크나 스웨덴, 핀란드쪽은 날씨 변덕이 더 심하다.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면서 대낮에도 저녁처럼 어두워지다가 소나기가 쏟아지기 일쑤고 어떤 때는 콩알만한 우박이 떨어진다. 그러다가 구름이 갈라지면서 햇빛이 비치는 장관도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의 가을에 비교하면 가을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초겨울적인 분위기가 더 짙다. 영국 사람들이 아침에 굿모닝이라고 인사하는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10월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워싱턴이나 뉴욕교외의 총천연색 단풍 그리고 캘리포니아 위트니 마운틴 근처의 노란 단풍은 절경이다. 도시에서만 북적대다가 가을에 교외로 빠져나가면 “내가 사는 주변에 이런 곳도 있었는가”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민 1세는 항상 마음이 찌들어 있다. 생활에 너무 쫓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으니 자연히 멋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무슨 열매를 먹으면 위에 좋고 무슨 야채즙을 먹으면 간에 좋다는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신건강에 무엇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색은 정신건강의 비타민이다.
사색은 항상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다. 칸트처럼 인간의 이성이란 무엇인가하는 거창한 주제를 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자신을 분석하는 눈이 어둡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나’가 사실의 ‘나’가 아닌 때가 많다. 나의 본질을 찾는 것이 사색의 기본이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안에 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일이 잘 안풀리면 남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은데 깊이 생각해보면 내가 바로 나의 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도 현명해지지 못하면 독서의 의미가 없다. 간디가 말한것처럼 “인격없는 지식”은 더 문제다.
인생은 대단히 짧다.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사색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한인사회에도 돈 번 사람들이 꽤된다. 그러나 부를 쌓았으면 인격도 어느정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조화가 되는데 언행을 보면 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돈은 벌었는데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한다.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
가을에 사색을 즐기는 지름길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여행은 관광과는 다르다. 관광은 구경하는 것이고 여행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거창하게 유럽이나 동남아로 떠날 필요는 없다. 주변 가을 경치를 감상할수 있는 곳으로 하루 이틀 여행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친구들과 등산을 하는것도 방법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차창 밖에 펼쳐지는 전원을 바라보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피곤한 내 영혼에 물을 주는 시간이다.
clee@koreatimes.com
이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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