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야고보서 3장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작은 불씨 하나로 산림의 나무들이 모두 다 타버릴 수 있는 것과 흡사하게 몸 지체 중에 작은 것 중 하나인 혀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다. 오죽해서 설화라는 표현이 있을까. 최근 몇 가지 예를 보아도 그 점이 분명해진다.
지난 20일 유엔 총회에서의 연설에서 휴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을 비난하면서 그를 ‘마귀’라고 부르기를 몇 번 했다. 바로 전날 같은 연단에서 연설했던 ‘악마’ 부시 때문에 아직도 연단에서 유황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는 시늉까지 한 차베스의 연설에 박수를 친 유엔 대표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유엔 외교관들은 차베스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데 동조하는 편일 것이다. 그 자리에 없었던 중국의 외상이 “정말로 그가 그런 말을 했나요? 확실한가요? 그 정도까지 했나요?”라고 되묻는 것이 상식 있는 사람의 반응일 것 이다.
차베스는 그 이튿날도 뉴욕 할렘가의 공식 석상에서 계속 부시를 맹공격했지만 미국 정부반응은 그의 언동에 논평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가 피델 카스트로에 뒤이어 제3세계 반미권의 지휘봉을 휘잡으려 한다지만 오히려 차베스 자신의 위신이 실추되는 언동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어떤 사람이 차베스를 마귀라고 부르고도 무사했을 지를 상상해본다.
로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어느 대학의 강연에서 모하메드가 이슬람 포교를 칼로써 한 것은 사악하고 비인도적이다 라는 14세기 비잔틴 제국 황제의 말을 인용해서 폭력이 신앙과 공존할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은 이슬람권에서 엄청난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슬람권이 로마 교황들이 연관된 십자군 전쟁들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베네딕토의 말을 거두절미해서 해석, 교황을 비난하는 반응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반응 증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일곱 개의 교회당을 공격했다. 런던에서는 어떤 이슬람 교직자가 교황은 사형 당해야 마땅하다고 데모 군중들에게 공언했단다. 소말리아 수도의 교직자는 한 술 더 떠서 회교도들에게 교황을 ‘사냥’하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그런 선동 때문에 광분되었던지 폭도들은 어린이 병원에서 자진 봉사하던 이탈리아 수녀를 사살했다.
교황은 11월 중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권의 반응이 식지 않는다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교황청에서 이미 여러 차례 교황 연설의 진의를 설명하는 발표도 했고, 교황 자신도 자기 발언이 가져온 사태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지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으니까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면서 회교권과 비 회교권 사이의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성의 차이도 지적된다.
중세기 종교전쟁들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지만 현재는 유럽과 미국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각지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회교도들이 자유롭게 메카를 향해 예배할 수 있다.
하지만 회교권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회교가 국교이고 회교도가 크리스천이 되면 사형될 수 있는 게 종교 현실이다. 기독교 계통의 선교사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이슬람 국가들에 선교목적으로 입국할 수도 없고 혹시 몰래 입국해서 포교활동을 하다가는 투옥되고 추방될 수 있다. 이슬람권에서의 종교의 자유란 회교를 믿는 자유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아랍권의 사원들이나 종교지도자들은 물론 정부 주도하의 언론기관들마저 기독교와 유대교를 정기적으로 비하하는 현실이니까 교황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종교든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쟁과 피 흘림을 촉발시키거나 지지한다면 사랑의 하나님께서 그런 종교를 어찌 보실런지 생각해보아야 될 문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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