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월드컵 대회 때 이탈리아팀의 마테라치가 지단(프랑스팀)에게 뭐라고 말했기에 지단이 그를 박치기했는가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당사자 두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밀스런 뚜껑이 마침내 열렸다. 프랑스팀과 이탈리아팀의 경기를 앞두고 최근 마테라치가 진상을 밝혔다.
내용인즉 마테라치가 지단의 유니폼을 잡아당긴 후 지단이 “내 유니폼 원해? 경기 끝나면 하나 줄까?”라고 빈정거리자 자신도 화가 나 “유니폼 말고 너의 누이동생이 어때?”라고 한마디 해줬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말에 지단이 그렇게 흥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엊그제 FIFA(국제축구연맹)의 블라터 회장은 두 사람을 남아프리카의 로벤섬으로 초청하여 자신이 직접 화해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로벤섬은 넬슨 만델라가 갇혀 있던 섬으로 흑백 화해의 상징적 장소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 그동안 한국에서는 “마테라치가 뭐라고 말했기에 지단이 박치기 했게?”가 하나의 유행어 퀴즈로 떠돌아다녔었다. 한국식 정답은 “너 노사모지?”로 되어 있다. 자신을 ‘노사모’로 몰아치는데 화가 난 지단이 마테라치를 받아버렸다는 이야기다. 유머치고는 가히 수준급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만 때문에 만사 그를 꽈배기처럼 비트는 것이겠지만 노무현씨 자신이 코미디언적인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루마니아에서는 “한미관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데 내가 부시 만나면 한동안은 조용해진다. 약효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리스에서는 “국내에서 시끄러운 소리 많이 들리면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여기시고 아무 소리 안 들리면 대통령이 놀고 있구나 생각하시라”고 말했다.
한미관계는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다. 의회 권한이 막강한 미국에서 한국을 못마땅해하는 의원들이 점점 늘고 있고 이들은 “한국이 미국을 이렇게 배신할 수가 있느냐”는 막말까지 한다. 그러나 노무현씨가 갖고 있는 한반도 안보관은 한마디로 “북한은 미국에 도발할 능력도 없고 미 본토를 공격할 미사일을 갖출 실력이 되지도 않는데 괜히들 걱정한다”는 식이다.
미국인들이 섭섭해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국 내의 반미무드를 모른 척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상거래에서도 그렇지만 외교에서도 바탕에 깔린 분위기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데이트에서는 특히 분위기가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지금 남녀 데이트나 비슷한 분위기다. 계속 애인으로 지낼래, 친구로 지낼래. 이런 이야기다. 일본은 이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제까지는 애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친구로 지내자는 논리는 결국 상대방에게 다른 애인이 생겼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기 쉽다. 미국은 지금 여러 가지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로 여기지 않고 배신자로 본다. 분위기가 그렇다. 노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작통권문제가 아니다. 한미관계의 분위기 개선이다. 그것이 해결 안 되는 한 노무현씨가 무슨 약을 써도 정상회담은 약발이 곧 떨어지게 되어 있다.
clee@koreatimes.com
이철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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