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브 위저드’ 병 입구에 달면
자기장이 태닌 분자에 영향
거친 맛 중화 숙성된 효과 내줘
“심리적 일뿐” 부정적 의견도
자석을 이용해 와인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새로운 와인기구가 등장, 애호가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브 위저드’(Bev Wizard, 30달러)란 이름의 이 기구는 와인전문가이며 아마추어 물리학자인 패트릭 퍼렐이 고안한 것으로, 와인 병 입구에 부착하고 와인을 따르면 맛이 부드럽게 변한다고 한다. 특히 싸구려 와인이나 숙성이 덜 된 와인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 원리는 와인에 들어있는 태닌의 분자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좀더 크고 부드러워지므로써 빨리 숙성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퍼렐은 한 사업가 친구의 권유로 이 기구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자석을 이용해 수질을 개선시키는 도구 판매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와인에도 한번 시험해 보라고 권했던 것.
처음에 그는 “자석으로 인해 와인 맛이 좋게 변할 가능성은 돼지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기회만큼이나 없다”고 회의적으로 생각했으나 자석을 집에 가져와 호주산 시라 병에 부착시킨 후 맛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이어 보르도 한 병을 따서 맛을 보았는데 그냥 따랐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과일향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퍼렐은 곧 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제조하여 지난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한편 이 기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화학 교수인 데이빗 W. 볼은 “맛은 실험의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자기장은 태닌의 형태를 바꿀 만큼 그 힘이 강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퍼렐은 “일단 한번 마셔보지 않고는 그 차이를 알 수 없다”며 몇 차례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이 도구를 사용했을 때 맛이 달라진 것을 많은 사람이 확인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어찌됐건 나로서는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와인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맛을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마시는 것, 아무리 맛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와인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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