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지구와 함께 태양계의 일원이었던 막내 별 명왕성이 최근 세계 천문학회에서 태양계 자격을 잃고 퇴출되었다.
이 뉴스는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이라크 전쟁, 중동 평화, 고유가 문제, 지구환경 파괴,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 등 지구촌 곳곳의 골치 아픈 분규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우주로 돌려 한 때나마 깊은 관조와 사색에 잠기게 한다.
때는 바야흐로 입추 말복이 지나고 사색과 독서의 계절.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을 보며 저 광활한 우주에도 끝이 있을까? 있다면 뭔가로 막혔을 것이고 막아선 그 무엇의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그것 이전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부질없고 한가하게만 들리는 이와 같은 의문도 실은 희랍시대 이전부터 철인 현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온 천고의 난문이었다.
20세기 초입, 과학은 불완전하나마 그 해답을 주었고 이어지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인식한 내용을 더욱 세련되고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이전 뉴턴시대에는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나올 수 없었다.
뉴턴의 시공관(時空觀)은 거시 세계의 저속도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찰,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상징적으로 접수될 수 있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200여년간 물리학의 경전으로 인정되었다.
뉴턴은 ‘공간이란 거대한 텅 빈 상자와 같은 것, 시간이란 그 속에서 한쪽으로 균형적으로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라면서 운동하는 물질과 이 시간, 공간을 분리해서 보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협의의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이런 세계관을 세차게 뒤흔들어 놓았다. 즉 시간과 공간은 운동하는 물질의 존재형태이며 공간과 시간은 물질의 운동과 분리될 수 없는 통일된 개념이라는 것을 논증하였다.
또 20세기 초 등장한 양자역학의 대상인 극미의 세계에서는 원자핵 이전의 물질인 아원자, 소립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탄생, 100억분의1초라는 찰나의 수명을 살다가(존재하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무수히 일어난다. 이런 양자역학적 현상에서 물질(아원자, 소립자)과 시간, 공간을 포괄하는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우주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정지되어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초기엔 빛의 속도로 지금도 마하 7만 가까운 속도로 전후좌우 사면팔방으로 부풀어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론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천문학자들의 관찰, 인공위성, 우주선에 실린 전파망원경 등 첨단장비로 실측되고 입증된 것이다.
이것을 역으로 계산하면 지금부터 150억년 전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하여 양자역학적으로 대폭발(빅뱅)을 일으켜 지금까지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실 이 질문은 우주의 바깥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우주에 바깥 같은 것은 없다. 우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그리고 1차원 시간) 전체로 정의된다. 우주에 바깥이 없다는 것은 그 곳에 공간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우주는 모든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빅뱅은 3차원 공간의 시작일 뿐 아니라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뱅 이전의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시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어떤 우주론자들은 이것을 북극점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는가 라는 질문과 같다고 비유한다.
북극점은 가장 북쪽에 있는 지점으로 그 곳에서 더 가면 다시 남쪽으로 갈 수 있을 뿐이다. 시간, 공간에 대한 과학의 해답은 인간의 인식역사에 새 지평을 열어놓은 불멸의 업적이자 인간은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는 신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광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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