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일 쭉 뻗은 비치에 아이스크림 장사 둘이 있을 때 그 둘은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답은 ‘둘이 비치 중앙에 나란히 붙어있게 된다’이다. 서로 얼굴을 붉힐 수 있는 경쟁 관계인데 둘이 같이 있어야 된다니. 얼른 납득이 안 된다.
‘위치 경제학 논리는 이렇다. 비치 한쪽 귀퉁이에 둘이 각각 있게 되면 각 귀퉁이에 있는 수영객들을 나눠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비치 가운데 있는 고객들인데, 그들에 점점 다가감으로써 그들이 내 고객이 된다. 내 귀퉁이에 확보된 고객들은 위치상 내 고객들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고객을 확보하다 보면 비치 가운데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그 점이 고객을 각각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미 대륙횡단 철도의 중심이 동부나 서부가 아닌 시카고 등 중서부에 있다. 나아가서 주유소, 서점, 보석상, 극장 등의 경우 경쟁업체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이유이다. 예컨대 한 타운의 ‘Main Street’에 주유소가 북쪽에 위치하게 되면 타운의 북쪽 주민들만 고객으로 확보하게 되고 남쪽 주민들은 잃게 된다. 남쪽에 위치한 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므로 두 주유소 다 ‘Main Street’ 중간 타운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다.
이 위치 경제학 논리를 가장 잘 터득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공화-민주 양당제도 하의 미국 정치인들이다. 극우파 정치인은 극우파 유권자는 물론 우파 성격의 유권자는 이미 확보했으므로 점점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반면 좌파 정치인은 이미 확보된 좌파 성향 유권자들을 넘어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게 마련이다. 결국 양후보의 공약이 비슷하게 된다.
‘위치’ 경제학 논리를 아침에 드는 시리얼에 비교해 생각해 보자. 예컨대 시리얼 당도의 경우 너무 달게 하면 또는 너무 약하게 하면 고객층이 한정되니 각종 시리얼들의 당도가 중간으로 서로 비슷하게 된다. 스낵 감자 칩들이 유사한 지방 성분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영화의 경우는 모든 ‘연령’의 관객들이 어울려 볼 수 있는 작품에 중점이 주워진다. 비행기들의 출발시간은 하루 중 가장 편리한 ‘시간대’에 몰리게 된다.
기준이 ‘위치’뿐만 아니라 당도나 지방 등 ‘제품의 특징’, 나이 등 ‘고객의 특징’, 하루의 시간대 등 ‘서비스의 제공 시간’ 등에 적용된 예였지만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기준을 착안하여 자기 비즈니스의 위치를 점검할 수 있다. 물론 한 기준뿐만 아니라 여러 기준들을 동시에 적용시켜서 비즈니스의 경쟁적 위치를 좀 더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위치 경제학 논리의 역적용은 경쟁을 피해 한쪽 귀퉁이에 확고히 자리잡고 확보된 고객만 주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틈새시장(niche markets) 전략인데, 앞의 아이스크림 장사의 경우에는 내가 내 귀퉁이에만 있으면 상대방이 비치 중앙을 넘어서 내 근처로 이동해 온다. 내가 내 좌우로 10, 10씩 20을 차지하는 틈새전략이면 상대방은 10, 70씩 80을 먹게 된다. 내가 좌우로 5, 5씩 10을 차지하면 상대방은 5, 85씩 90을 갖게 된다.
아이스크림 장사의 경우 우리는 편의상 두 장사가 같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어 비치 수영객들은 가까이 있는 장사한테 간다는 가정을 암묵적으로 했다. 고객 아이스크림 구매에 있어서 위치상의 편리성이 유일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들이 다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면 (따라서 아이스크림 가격이 다르다면) 어떻게 되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를 고려하는 것이다. 다른 아이스크림 가격에다 그 장사한테 가는데 따르는 비용을 합한 총 가격이 싼 장사한테 고객은 갈 것이다. 각 장사한테 가는데 따르는 비용이 제품(서비스) 차별화에 따른 비용이라 할 수 있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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