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인이주 10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인지 불과 몇년 되지 않아 미주 한인의 뿌리를 캐고 현장을 보존하려는 작업이 일반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중가주 리들리의 경우 지난해 열기가 뜨거웠던 한인교회 구입 사업은 구입에 필요한 자금 30만달러에 턱없이 모자라는 3만5,000달러만 모금된 채 흐지부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가주 주민들은 그 곳 형편으로는 그만한 돈을 모을 수 없다며 LA 한인 커뮤니티나 한국 정부에서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나 LA에서도 모금활동 계획이 없고 정부 지원금도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한인타운이 생긴 리버사이드 한인타운 발굴작업도 마찬가지다. 1910년대 최초의 한인타운이자 도산 안창호 선생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벌어졌던 이 곳도 발굴이 필요하다는 말만 많을 뿐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웃 중국타운이 이미 20여년 전 발굴을 마치고 수천점의 유물이 박물관이 전시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남가주는 한인 이민사회의 산실일 뿐만 아니라 한국 독립운동의 후원 기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2세는 물론 1세들 사이에서도 이를 기념하고 각종 유물과 유적을 보존하려는 의식은 희박하기 짝이 없다.
70~80년대 대부분 한인이 갓 이민 와 모두가 먹고살기에 바빴던 시절 초기이민 역사를 돌아보고 보전작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한인사회는 양적으로나 경제적 수준으로 보거나 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신의 역사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나 우리 뒤를 이을 2세들에게나 부끄러운 일이다.
1년에 한번 ‘한인 인민의 날’ 기념행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조들의 자취가 담긴 유적지를 발굴해 길이 후대에 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말로만 아이덴티티를 외칠 일이 아니다. 유적지 발굴 보전사업에 관한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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