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절반 가량 지나갔다.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방학 전에 계획했던 일정에는 차질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대학에 잘 들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봉사활동이 자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모님들의 고민이 방학 전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제 방학의 중반을 넘기며 그렇게 고민하며 결정했던 프로그램에 자녀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또 부모는 자녀를 그 프로그램에 등록만 시키고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중간 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소신을 가지고 집에서 자녀와 줄다리를 한 부모님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자녀를 키우며 또 다른 자신감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방학 중 커뮤니티 활동을 추천한 경우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때도 있지만 좋을 거라고 기대했다가 별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학생의 흥미를 유발시키지 않는 한, 혹은 학생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지 않는 한 프로그램에도 학생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에 어떤 활동을 추천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봉사 활동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 평소 학생의 적극적인 성격과 하고자 하는 열정 또는 강한 동기가 그 프로그램의 성과를 결정짓는 주된 원인이 되기에 해당 기관 역시 그런 적극적인 학생들을 뽑는 이유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을 신청했다가 아무 것도 못하게 되어 난감해진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아들을 체중 조절 캠프에 보낸 친구는 처음 며칠은 잠도 못자면서 그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었었다. 아들이 행복했으면 됐지 괜히 생고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3주간 15파운드가 빠졌으니 앞으로 5주간 얼마나 더 빠질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 같다. 더 걱정인 것은 앞으로 캠프를 다녀와서 그가 음식 조절과 더불어 생활 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지 고민이다. 식사 습관과 더불어 사소한 일상의 습관까지도 체중조절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들의 일상 습관 역시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할 것이다.
수영, 테니스나 골프 중 어떤 운동을 시켜야 대학 들어가기가 쉽겠냐고 고민하던 어머니는 지금 열심히 수영장, 테니스 코트와 골프 연습장을 요일별로 다닌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에 가슴 뿌듯해 하면서도 과연 이것이 자녀를 위한 옳은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데리고 다니는 일 역시 힘든 일이라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신다.
운동을 하든 한 가지 악기를 익히든 봉사활동을 하든 배우고 익히는 것 자체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배움의 목적이다. 선수로 키운다는 성급한 생각이나 대학을 잘 가기 위함보다는 그런 활동을 통하여 자녀가 한곳에 집중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연습을 통하여 인내심을 기르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그런 반복되는 과정에서 얻어진 사소한 일련의 습관들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건전한 인격으로 형성된다면 차후에 얻어지는 좋은 대학이나 유명 운동선수가 되는 것은 보너스로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인 것이다.
방학 중 어떤 활동을 하든 단발적인 시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방학이 끝나더라도 좀 더 길게 그리고 오래도록 부모도 학생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줄줄이 세워 놓은 시간표에 질려서 자녀가 다시는 어떤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자녀와 방학 시간표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한다.
자녀가 그 활동의 주역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억지스럽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더운 여름에 부모님들도 자녀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하면서 나머지 방학의 끝마무리를 잘 하시길 바란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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