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정부가 왜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에 그렇게 정력을 쏟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더욱이 미국 비자를 받고 미국 체류를 하는 한국인의 실태와 미 이민법의 냉혹한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한국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더라도 불체자 증가는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비자가 되면 미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체류기간을 어겨야 할 동기요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한다.
그러나 비자를 받은 사람들도 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는데 하물며 방문비자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한 말일까. 불체자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바로 이 불체자 문제가 무비자 가입 성패 및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제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첫째, 미 방문비자로 미국 입국 후, 혹은 캐나다나 멕시코 방문 후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사람의 통계를 분석해야 한다. 200만이 넘는 미주 한인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체자의 서러운 인생 속에서 마침내 영주권을 손에 쥐고 미국에서 사는지 아는가.
그래도 옛날 사람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왜냐하면 1998년과 2001년의 불체자 구제 이민법안 245(i) 덕분에 많은 한인들이 구제 혜택을 받고 미국에서 합법적인 정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불체자 구제안이 정치 쟁점화 되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이 불체자 구제안이 통과되더라도 앞으로 예상되는 불체자를 위한 또 다른 구제안은 갈수록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현재 방문비자를 받은 사람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비자를 받았는지 분석해보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자를 만들어 미국 입국 후 불체자가 되는 사례도 있는 바 내일의 대책이 없는 젊은이, 자녀교육에 목말라 있는 학부모, 명퇴 당한 장년층, 비자가 몇 번 거절된 자, 혹은 아예 포기하고 비자신청하지 못 한자들에게 무비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근 한국정부는 비자 거부율 3% 미만을 만들기 위해 비자 거부 가능자의 비자신청을 자제해 달라는 차별적 요구까지 서슴지 않 았다.
그러나 최근 입국한 어느 중산층 한인은 “무비자가 되면 불체자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감추고 싶은 한 일면을 무비자로 포장하기 보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미주 한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무비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오히려 많은 한국인들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함정을 스스로 파는 결과가 될까 염려된다. 또한 집요한 무비자 추진 때문에 진짜 한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더 중요한 정치적 협상 안건을 잃을까 걱정된다.
한미 동맹관계를 가일층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은 가장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재검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한미 간의 진정한 국익을 무모한 업적주의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전종준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