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전쟁은 유대인들 때문이야”.
할리웃 스타 멜 깁슨이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후 내뱉은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지금 미국이 시끌시끌하다. 일부 TV에서는 멜 깁슨이 관계한 홀로코스트 영화를 상영 보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그가 유대인들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할리웃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한 멜 깁슨이 왜 그런 실언을 했을까. 경찰이 수갑을 채우자 아마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그 증거로 멜 깁슨은 검문 경찰관에게 “당신 유대인이지?”라며 빈정댄 사실이다. 하필이면 이 경찰관이 유대인이었던 것도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2년전 멜깁슨이 감독한 ‘그리스도의 수난’이 상영되었을 때 이 영화가 유대인 이미지를 잘못 전달했다 하여 유대인단체들이 들고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멜 깁슨은 자신을 체포하는 경찰관의 이름을 보고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경찰관은 평소 멜 깁슨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멜 깁슨은 술이 깨자 자신의 대변인을 통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더구나 유대인 이미지에 상처를 준 ‘그리스도의 수난’이 평소 멜 깁슨의 ‘유대인관’을 반영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미국에서 유대인을 비난한다는 것은 모험 중의 모험이다. 왜냐하면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힘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이 단체의 눈치를 본다. 그 예로 부시 대통령이 취임 초 팔레스타인의 독립에 찬성하면서 아라파트를 만나려 했을 때 미국 내 유대인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두달 후 미국 연방상원의원 89명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복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공동명의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레바논 사태에 대해 “중동에서의 지금 분쟁은 고통스럽지만 변화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할 정도다.
요즘 미국에서는 “왜 미국이 중동분쟁에 말려들어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이 다 이스라엘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멜 깁슨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확대되면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전면전이 일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오일 파동이 일어나 배럴당 100달러가 넘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남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인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게다가 이란이 참전하는 날엔 미국이 이스라엘을 앞세워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할 것이고 더 확대되면 미국이 전쟁 전면에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에 중동사태는 세계의 화약고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왜 사방에서 미움을 사고 있는가. 세계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 때문이다. 홀로코스트의 피해를 강조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정당방위 수단이 지나쳐 휴머니즘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나치 학대의 뼈아픈 교훈을 지닌 민족이 휴머니즘을 망각한다는 것은 역설도 보통 역설이 아니다. ‘6일 전쟁’ 때의 영웅적인 이스라엘과 지금의 군사 강국 이스라엘과는 이미지가 너무나 다르다. 힘있는 자가 오만하면 미움받게 마련이다. 멜 깁슨이 실언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이 오만하면 세계의 유대인들이 미움 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기도 하다.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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