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진 어머니들이 가끔가다 ‘속 썩이지 않는 신랑감을 구하는 비결’에 대해 물어온다. 결혼한 후 성격이 이상해지는 남자들을 어떻게 하면 미리 구분 해낼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익은 수박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익은 사람 고르기가 그렇게 쉽겠는가.
그러나 그런 질문에 대해 내놓는 나의 18번은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에게는 시집가지 마시오”라는 충고다.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은 잘 나갈 때는 괜찮은데 어려운 일이 닥치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가정폭력이나 의처증도 일종의 콤플렉스다. 얼마전 자녀들이 탄 차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비정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의 가정생활을 살펴보면 콤플렉스로 점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콤플렉스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평소 이상할 정도로 자존심을 내세우고 사소한 일에도 “날 어떻게 보고…” 운운하며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콤플렉스가 있는 지도자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주’라는 이름으로 모든 대립을 정당화한다. 외교안보 세계에서는 자존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익이 있을 뿐이다. 독일이나 일본이 자존심이 없어서 미군의 주둔을 허락하고 있는가. 그게 아니다. 미국의 국방력을 이용해 자국의 국익을 도모하자는 것이 이들 나름대로의 계산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회의에서 한국측이 작전권 이양에 대해 언급하자 미국은 한술 더 떠 “빨리 가지고 가라”면서 주한미군의 조기철수를 내비쳤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한미방위조약은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국이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얻은 후 미군을 파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서울에서 1시간 떨어진 휴전선에서 북한이 전광석화로 밀고 내려온다면 시간적으로 수도권 방위가 무너진 다음 미군이 개입하게 돼 6.25의 재판이 된다. 그러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 자동적으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게 돼 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역대 한국 정부가 미군을 볼모로 잡아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월남 파병도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였다.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는 현재 이라크 미군 병력 부족으로 미국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고 과거에도 틈만 나면 미국 대통령들이 내세워 온 주장이다. 카터는 선거공약으로까지 내세웠었다. 그러나 작전권 이양 요구는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를 의미하고 미군철수는 한국 정부의 엄청난 국방비 부담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도 흔들리게 되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생긴다. 북한이 왜 못사는가. 국방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철수는 단순한 미군병력 철수가 아니다. 한미관계의 급랭을 의미하며 한국의 국제무대에서의 찬밥신세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5년 임기의 노무현 정권이 수십년간 유지되어 온 한미 동맹관계를 자주라는 이름아래 마음대로 수정할 권한까지 위임받았는지 의심스럽다. 지금 한국의 외교 방향은 근본적으로 잘못 놓인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자주개념 해석은 너무나 아전인수격이다. ‘자주’를 부르짖는데 ‘반미’로 비치고 남북대화를 외치는데 친북으로 비친다. 요즘 같으면 한미관계가 ‘혈맹’은커녕 ‘동맹’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주는 국익이어야 한다. 국익을 외면한 자주는 자존심 콤플렉스에 불과하다. 지도자의 콤플렉스 - 이것이 문제다.
clee@koreatimes.com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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