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크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50대 이상의 한국인들 중에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은 38선 전역에 걸쳐 전면남침을 개시했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야흐로 풍전등화. 그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북한의 침략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외교조치였던 것.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소련이 거부권을 발동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안보리는 어쨌든 소집됐다. 그런데 소련의 말리크 대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군의 불법남침 중지, 38도선 이북으로의 철수’를 골자로 한 결의안은 즉각 통과됐다. 찬성 9. 반대 0, 기권 1의 표결로. 기권은 바로 소련. 말리크가 참석치 않아 기권으로 처리된 것이다.
왜 말리크는 안보리 회의에 참석치 않았을까. 설이 구구하다. 어쨌거나 그의 불참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천우신조였던 셈. 이 유엔 결의에 따라 유엔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전쟁의 흐름은 180도 달라졌다.
유엔과 한국은 현대사를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대한민국의 탄생 자체가 유엔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유엔 감시 하에 치러진 선거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은 사상 최초로 집단 안보를 발동해 분쟁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유엔에서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 놓을지 모를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라 일본이 주도한 대북 결의안이 안보리에 제출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협의해 일본이 제출한 결의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유엔헌장 7장에 의거해 대량 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관련 물질과 물품, 기술 등이 북한에 이전되지 않도록 필요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유엔헌장 7장이다. 만일의 경우 군사제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북 결의안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대사를 긴급 초치한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외교 관례상 극히 이례적인 사태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미사일 도발을 해온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무엇을 말해주나.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유엔의 자식’으로까지 불리던 한국이 유엔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몸짓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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