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지존 후보3인방 ‘머리 졸인 이야기’
머리로 일어선 자 머리로 망한다? 독일의 클로제가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 후반 막판에 극적인 헤딩동점골이 터뜨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말이 굳어질 뻔했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자타공인 헤딩전문가들이 묘하게도 헤딩 때문에 자기팀을 골탕먹였기 때문이다.
세계축구계의 현역 헤딩지존을 다투는 가공할 박치기왕 후보들은 대략 3명. 클로(독일) 보르헤티(멕시코) 맥브라이드(미국)가 그들이다. 헤딩을 잘한다고 해서 맥헤드란 별명을 가진 맥브라이드는 믿었던 박치기골을 하나도 못얻은 채 미국의 1라운운드 탈락으로 일찌감치 관중의 한사람으로 물러났다.
보르헤티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머리를 잘못 써 팀동료 마르케스의 기막힌 역모션 해프발리로 찜해놓은 8강행 티켓을 날려버리는 데 일조했다. 마르케스의 선제골로 멕시코가 1대0으로 앞서가던 전반중반 아르헨티나의 코너킥 챈스때 자기팀 문전 깊숙히 들어와 수비에 가담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코너에서 날아든 볼을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방향이 안쪽으로 꺾이는 바람에 기록안된 자책골이 돼버린 것.
육안으로는 분명 보르헤티의 헤딩자책골이었지만 뒤에 도사리고 있다 발을 쭉 내뻗은 아르헨티나의 크레스포가 자기발끝에 맞았다고 주장, 자책골 비난에서는 간신히 벗어났다. 대회개막 이전만 해도, 적어도 공격에서는, 보르헤티의 머리 하나 믿고 출전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던 멕시코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빼낸 보르헤티를 아끼고 아끼다 아르헨티나전에 내보냈으나 한골도 못넣고 되레 자기골네트에 박아버렸으니…. 개최국 독일의 공격첨병 클로제의 “오 마이 헤드” 비명도 아르헨티나전에서 나왔다.
보르헤티와 마찬가지로 코너킥 위기에서 수비에 가담한 것이 화근. 상대편 골문앞 이라면 영락없이 득점으로 연결시킬만한 볼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드는 데도 클로제는 걷어내지 않고 멈칫, 바로 그 순간 아르헨 최종수비수 아얄라가 몸 을 날려 머리로 박아넣어버린 것이다. 헤딩의 달인 클로제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보르헤티가 머리를 쓰다가 자기팀 억장을 무너뜨린 것이라면 클로제는 머리를 안쓰다가 기습을 당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 또 클로제는 자신의 머리를 감시하라고 특명을 받고 최종수비라인에 배치된 마크맨에게 당했다. 그러나 클로제는 후반 동점골(이번 대회 5호, 월드컵통산 10호)을 멋진 방아찧기 헤딩으로 엮어내 헤딩지존후보의 체면을 차리며 탈락위기 독일에 소생의 인공호흡을 해줬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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