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 샌프란시스코
북한이 고교시절 납북된 김영남(44)씨의 모자상봉을 알려 왔다. 1978년, 당시 16살 고등학교 1학년생이던 김영남군이 전북 군산시 선유도에서 실종된 지 28년. 결국 김씨는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동안 대남공작 교관으로 일 해왔음과 납치 일본 여인 메구미와 결혼, 자녀까지 두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북한은 6.15 남북 정상 회담 6주년 기념 이산가족 특별상봉으로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4차례에 걸쳐 치러질 제14차 이산 가족상봉 때 아들 김영남씨와 어머니 최계월(82세)씨의 만남이 있을 것이라 했다. 특별히 이번 행사에서 북한은 상봉가족 규모를 배로 늘려 남북한이 각각 200 가족씩 참석, 이산의 한을 풀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우선 반길 일이다.
북한이 김씨의 모자상봉을 허용한 것은 그동안 말 많았던 인권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풀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지난 5월 25일에 약속했던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 계획의 일방 취소까지 얼마나 많은 약속이 물거품이 되었던가. 그렇게 믿음을 잃었으니 “뭣을 하겠다”는 북한 측의 말과 뜻이 제대로 들리고 읽힐 리가 없다.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 참사 명의의 전화통지문으로 김씨 모자상봉 마련을 알려 오면서도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내세웠으면 되었지 “상봉을 앞두고 난관을 조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니 듣는 사람의 속이 편할 리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민족 하나만 내세우며 ‘우리는 우리 식으로 살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저들의 유별난 ‘심통’과 ‘몽니’ 를 이해하고 달래야 한다. 끊고 버릴 수 없는 북녘이라면 지구촌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의 길로 저들을 우리가 인도하여야 한다.
저들을 돕는 것도 생색내려는 가진 자의 베품이어서는 안 된다. 받는 사람의 자존심까지도 배려하는 솜씨로 도움이 필요한 형제들과 함께 한다는 ‘나눔’으로 가까이 가야 한다.
28년동안 죽은 줄 알고 제사 지내던 막내아들을 살아 만나는 어머니의 심정을 우리가 어찌 알 것인가.
우리는 북한이 납북자 김영남씨의 실체를 인정하였음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480여명의 납북자와 국군 포로문제. 말 많은 인권문제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되었음을 반겨야 한다. 정부가 지난 4월, 18차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서 납북자 생사확인, 상봉, 송환 등의 단계에 맞춰 대규모 경제 지원 의사를 전하고 문제가 잘 풀리면 ‘남쪽에 있는 30여명의 장기수 송환까지 검토 하겠다’고 밝힌 뒤끝에 이번 김영남씨 모자상봉이 이루어 졌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남북 사이의 “열차 시험 운행이 안 되면 경공업 협력도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고 지난 6일에는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재개되는 대로 ‘북측에 8.000만 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한다’는데 남북이 합의하였다. 남과 북 사이에 이루어 질 ‘유무상통’. 이제 뭣인가 서로 주고받는 남북 사이가 되는 것인가.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북한이 남쪽으로 한 발짝 더 내 디디며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는 없는 것인가. 한 번 더 기대하는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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