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마련한 청소년 쉼터 버스 이달 시동
가수 김장훈은 내게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 있다면 나눠쓰기 위함이라고 늘 얘기한다. 이 말은 절대 가식이 아니다.
측근의 얘기를 들어보자. 보육원 세 시설에 매월 1천500만 원에 달하는 기부를 합니다. 오래전 한번은 수입이 적자였는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이들을 돕더군요. 어머니가 목사로 있는 경기도 일산 십대교회는 헌금이 없는 교회여서 김장훈 씨가 재정적인 지원을 합니다.
또 다른 그의 지인도 공연장서 발차기를 하고, 외모도 투박하지만 마음 씀씀이는 비단결이라며 걸어다니는 천사라고 칭찬한다.
김장훈은 이달 새로운 선행을 펼친다. 이번엔 겉으로 드러내고 한다. 널리 알려 많은 청소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비 1억 원을 털어 가출 청소년을 위한 상담버스인 ‘청소년 쉼터 버스’를 이달부터 운행한다. 유스 미션(Youth Mission)의 원베네딕트 선교사와 십대교회 신도들도 성금을 보탰다.
7월부터 펼쳐질 ‘김장훈 아니면 못할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 그는 25인승 버스를 인테리어하고, 운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같은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연락을 취해왔다. 하지만 그는 운영 체계가 잡힐 때까지 외부 후원금 없이 혼자 힘으로 꾸려보겠단 의지다.
버스 구입비 4천만~5천만 원, 6개월 운영비 5천만~6천만 원의 예산을 짰습니다. 버스 안에 간이침대, 상담 책상과 의자, 냉장고 등을 비치했고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창에는 커튼을 달았죠. 청소년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배고프면 식사를 제공하고, 오갈 데가 없으면 잠자리도 마련해줄 겁니다. 상담 청소년이 많아질 때를 대비해 사회복지단체와 연계를 논의중입니다. 시간 날 때마다 제가 상담도 하고 공연도 할 겁니다.
김장훈은 버스 이름을 짓는데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나 70세인 어머니가 단번에 이름을 선물했다. ‘꾸미루미’. ‘꿈을 이루는 사람’이란 뜻인 ‘꿈이룸이’의 연철 표기다.
어머니는 이북 분인데 여장부세요. 어린 시절부터 ‘사내가 돈 갖고 장난치는 게 가장 치사하다’고 가르치셨죠. 혹여 어머니가 나중에 호의호식 못하셔도 아들을 이렇게 키운 어머니 책임입니다(웃음). 어떻게 그런 이름을 생각하셨는지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젊은 감각을 갖고 계세요.
그는 유독 결식 아동과 가출 청소년에게 큰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가출해 막막한 세상과 맞닥뜨린 경험 때문이다. 왜 당시 가출해야만 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게 청소년이라는 현답(賢答)을 했다.
통제가 싫었어요. 학교 통제. 맞는 것도 싫었고. 어린 시절 오랜 시간 병원에서 지냈는데 눌렸던 게 표출됐나봐요. 세상에 나와서 음식점 서빙도 하고 막노동, 과일장사, DJ. 뭐, 안 해본 게 없죠. 푸른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애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저 같은 친구들을 다독이는 1차, 2차 장치가 필요합니다. 징벌 제도보다 예방 제도가 절실합니다.
그는 향후 버스를 한 대, 두 대 늘려갈 계획이다. 가출 청소년 재단을 설립해 쉼터 버스가 전국 어디서나 달리도록 하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공부도 계획중이다.
사회복지학이나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어머니는 올 가을, 전 내년부터 시작하려고요. 또 청소년들의 상담 자료는 현장에서 들은 생생한 목소리인만큼 이를 데이터로 만들어 계몽 교육의 참고 자료로 사용할 것입니다.
이상을 현실화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나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장훈.
제가 가장 소유하고 싶은 거요? 결과에 대해 웃는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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