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한국에 비해 미국이 좋은 이유’를 물어보면 땅값과 개솔린 값이 안정됐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논밭’이었다는 강남에서 땅 투자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는 얘기와 개솔린 값이 비싸서 허리가 휜다는 얘기는 한국 본지에서만 읽을 수 있었던 기사였다. 그런 일들이 이제는 미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집값이 10년만에 거의 배가 뛰었고 주유소에서 ‘만땅’으로 채우려면 50달러를 내야 하는 시대가 갑자기 우리 앞에 온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이 하루아침에 빚어진 것은 아니다. 집 값이 오르는 이유는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고 개솔린 역시 중국과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다.
미국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아니라는 현실에 대해 미국민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개솔린 값이 올라 있듯이 부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도 하루가 멀다하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 최강의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위치가 쉽지는 않겠지만 부시 대통령이 무능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9.11 테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시사했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하루하루 매상을 위해 전전긍긍해야 되는 소상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미 국민처럼 나라의 지도자를 자부하는 국민들도 드물 것이다.
미국 역사 속에 ‘실패한 대통령’은 찾아보기 힘든 것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을 반영해주고 있다. 60년도 선거에서 패한 뒤 추후 선거에서 결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닉슨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미 역사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그의 ‘핑퐁 외교’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단어를 히트시킨 빌 클린턴 대통령도 먼 훗날 사학자들의 눈에는 ‘미국의 경제를 끌어올린 지도자’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부시 현 대통령은 아무리 봐도 잘 하는 것이 없다.
차라리 미국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놓은 데 대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면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반전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정지원 뉴욕지사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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