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가격 인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진정 무엇이 원인인가. 부시는 정말 예견 못하고 있었을까. 아랍의 생산감축 장난인가. 가격 파동에 배후가 있는가. 미국 정부는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대체연료는 가능한가.
개솔린을 둘러싼 의문은 끝이 없다. 서민들은 개솔린 값이 올라도 말 한마디 못하고 목이 매인 채 끌려가고만 있는 것이다. 왜 갑자기 오일 값이 들먹일까. 따지고 들어가면 중국과 인도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에는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을 사보타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시장수요에 능력부족으로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격은 석유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세계 산유국들이 마켓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려면 2, 3년 걸린다. 그래서 “개솔린 값이 내려가려면 앞으로 2, 3년 걸린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발전은 눈부실 정도다. 경제가 급성장하면 에너지 소비량도 급격히 늘어난다. 공장이 돌아가야 하니 오일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 사재기도 서슴지 않는다. 오일 값 폭등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요인은 벌써부터 잠재해 있었고 예상되어 온 현상이 터졌을 뿐이다. 석유업자 출신인 부시가 가격 파동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이라크의 유전을 풀 가동시키면 석유 값은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으면서도 석유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석유회사의 생산 전문가들이 아무도 이라크 근무를 자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동료가 납치되어 목이 잘리는 것을 너무나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석유개발은 지금 완전 마비상태다.
지난 한달 동안 미국의 개솔린 값은 60센트나 올랐다. 보통 일이 아니다. 대체연료 개발은 왜 이리 늦을까. 대체연료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석유재벌만이 연구가 가능한데 이들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지금 갈고리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왜 대체연료를 개발한단 말인가. 개발하는 척만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석유재벌이 대체연료를 왜 빨리 개발 안 하느냐고 족칠 수도 없다.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더구나 현정부는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모두가 석유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던 사람인 데야 말해 무엇하랴. 또 말해 봤자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일 뿐이다. 자연보호주의자들이 공해를 이유로 유전개발을 막은 것도 결과적으로 석유재벌에게 더 이익을 안겨다 주었다. 중동이나 남미에서 사다가 파는 것이 몇 배의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자연보호주의자들을 업어주고 싶은 것이 속마음이다.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 지경이다.
석유 가격이 시장원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카트리나 태풍이다,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즈가 유전을 국유화한다더라 등등 무슨 일만 있으면 그 핑계로 값이 뛴다. 미국이 기침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 든다는 소리는 옛말이고 지금은 사우디가 기침하면 세계가 감기 든다. 알카에다가 어느 날 사우디 석유탱크를 폭파하는 날엔 개솔린 값이 또 춤을 출 것이다. 핑계만 있으면 오르는 것이 현 석유시장의 구조다.
불쌍한 것은 우리 서민이다. 석유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미국민이 분수를 깨닫고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석유 소비를 억제할 것인가. 이것이 미국민의 시대적 과제다. 석유시장은 쳐다볼 필요도 없다. 간디의 내핍운동을 연구해야 할 단계다.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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