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검찰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속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엄청난 사건이다.
한국의 재벌이 자식에게 기업의 소유지배권을 물려주는 것은 지나간 시대에는 적법이냐 불법이냐를 떠나 한국사회는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옛날처럼 기업소유의 자손에 대한 승계가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이 쉽지는 않게 된 것 같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보는 사회의 눈은 두 가지로 갈라진다. 이제는 공개기업이 된 비즈니스를 옛날처럼 자기 집안에서 승계하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불법 비자금 조성, 횡령과 배임의 증거가 너무 분명하니 검찰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사회 일반에서 나오는 얘기이고, 국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지 지금의 실정법과 원칙만 따질 일이 아니라는 주장은 경제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현대 기아차 협력업체들과 노조측의 구명운동은 정회장 구속이 미칠 심각한 영향을 직접 겪게 될 이들의 걱정을 대변한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떠오른 위상이 정 회장 일인의 리더십에 의존한 것이 많으니, 관련된 이들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의 구속은 충격이다. 거기에다 아직 한국 검찰의 독립성을 믿지 않는 이들은 정 회장의 구속을 지난번 강정구씨의 불구속과 연관시켜 현 정부의 잘못으로 얘기한다.
“분명한 공산주의자는 법무부장관이 나서서 불구속으로 하고, 수십만을 먹여 살리는 세계적 기업의 총수는 구속을 하고, 이런 해괴한 일이 어디 있느냐.”
이 칼럼에서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질 수는 없고, 우리는 이렇게 사건이 돌아간 다음에 올 일을 생각해 보려한다.
정 회장 구속이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에 단기적으로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불을 튀기는 스피드의 경쟁이다. 모든 경영의 주요 사안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소문난 최고경영자가 구속이 된 자동차 회사가 받는 영향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현대는 지금의 위기를 장래의 초석을 닦는 기회로 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인 얘기가 아니라, 정 회장이 구속된 것을 장점으로 쓸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 있다. 바로 노동조합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다.
GM과 포드의 작금의 경영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문제들 중 핵심은 단연 노조와의 말도 안 되는 그동안의 단체협약이다. GM이 2년 안에 파산선고를 한다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지금 GM의 문제는 미래에 대한 비전 부재보다는, 그동안 그저 단기적으로 자기들 재임기간에만 노조와의 문제를 회피해서 쉽게 넘어가려는 과거의 경영진들의 이기주의가 노조에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너무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제 기업 투명성을 실현하는 방법밖에는 탈출구가 없다. 과거의 단체협약 시 치명적 경영진의 약점이던 기업의 비밀들. 현대자동차는 지금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써야 한다.
정 회장은 이제 잃을 게 별로 없다. 그것이 그를 강하게 할 수 있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노조와의 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바짝 추격하는 중국 자동차 산업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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