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를 시작한지 3년여만인 올 가을 드디어 뉴욕시 최초의 한영 이원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PS 32 초등학교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그간 한인사회는 이원언어 교육에 대한 설명회와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홍보가 이어짐과 동시에 뉴욕 한인교사회를 중심으로 시교육청과 교육구 및 학군 사무실 문지방이 닳도록 눈물 나게 힘든 프로그램 유치작업을 펼쳐 왔다.
당초 1년 이내 유치작업을 성공시킬 계획이었지만 학부모들의 관심 부족으로 추진 과정에 탄력을 받지 못해 결국 예상보다 긴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램 유치를 성공시키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첫해 등록 정원인 24명을 모집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 입학 설명회 예고 기사가 4월 말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꽤 있었다고 한다. 학교 교장도 최근 교육계에 불고 있는 언어교육 강화 추세 때문인지 타인종 학부모들의 문의도 상당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2일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한인 학부모는 3가정뿐이었다. 교육구와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학부모들보다 더 많아 당혹감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이원언어 교육에 대한 한인 학부모들의 이같은 무관심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 사용해 수업을 받을 경우 자녀의 영어 습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두 가지 언어로 동시 교육받은 학생들이 한 가지 언어로 교육받는 학생들보다 훨씬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각종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불편이 없으니 한국어 교육은 굳이 필요치 않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생활언어는 그런 대로 구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학문적 수준의 언어구사 능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영 이원언어 프로그램을 최초로 유치하게 될 25학군은 두 개의 스페인어/영어 이원언어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어 타학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따라서 한영 이원언어 교육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에는 더 없이 유리한 각종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보여진다. 아무쪼록 자녀의 성공적인 장래를 위해 조금 더 넓고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한인학부모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정은 뉴욕지사 취재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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