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랑밭 새벽편지’(www.m-letter.or.kr)에서 보낸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김영채가 쓴 ‘행복 슈퍼 우유 두 개’라는 글이었다. 한번 옮겨본다.
<도시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무엇인가 필요할 때 언제나 살 수 있지만 편의점이 없는 시골 외진 우리 동네에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문을 여는 5평 짜리 ‘행복 슈퍼’가 있다.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다음 날 새벽 1시에 문을 닫으니 하루 세 시간만 주무시는 행복 슈퍼 주인 할아버지이지만 사실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에는 이 곳 외진 산골에는 누가 물건을 사러 오지도 않아 밤 시간에 도시 편의점처럼 크게 돈을 벌 수도 없다. 어느 날, “어르신, 왜 이렇게 일찍 문을 여세요? 그리고 왜 이렇게 문을 늦게 닫아요?”하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행복 슈퍼 주인 할아버지는 “날마다 새벽 4시에 출근하는 택시 운전사 김씨가 우유 하나 사러와, 그리고 새벽 1시에는 저기, 그 누구냐, 그려, 박씨 아들이 읍내 학교 갔다가 공부 마치고 우유 하나 먹고 가.” 오늘도 행복 슈퍼의 간판은 새벽 별빛과 함께 반짝인다. 신선한 우유 두 개와 함께 말이다.>
이 글을 읽자 최근 막 개업한 식당에 들렀을 때가 떠올랐다. 색다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처음 방문했지만 서둘러 문을 연 탓인지 식당은 몰려드는 손님을 맞을 채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물 좀 주세요”라는 부탁에 돌아오는 답은 “잠깐만 기다리세요”였다. 몇번을 독촉한 끝에 물을 얻었다. 주문한 음식을 받는데는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시키지도 않은 메뉴가 상에 올라왔고, 시킨 돌솥밥은 다 타서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런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경험담이 나왔다. ‘고객은 왕’이란 말은커녕 식당 주인에게 푸대접받았던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떤 이는 팁을 1센트만 놓고 나오는 식으로 자신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는 사실을 전했다고도 말했다.
한인타운은 좁은 동네다.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 곳이다.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소문이 빠른 곳이다. 그러기에 ‘동네 사람’을 푸대접하는 비즈니스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입 소문이 빠른 만큼 한번 찍히면 버티기가 어렵다. 우유 한 병이 꼭 필요한 동네 손님을 위해 어두운 밤을 지키는 행복 슈퍼 할아버지. 한인타운에서도 너무 보고 싶은 얼굴이다.
성민정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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