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선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한국어 통역사
지난 2월 한미 양국 정부는 ‘FTA 협상 개시’ 선언을 동시에 발표하였다. 이에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조급증이 한미 FTA를 졸속 결정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대재앙이 예상된다”고 경고하였다.
한국의 대외 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미 국제무역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미 FTA로 한국 경제는 자동차, 전자, 섬유부문 등에서 약 10만개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금융, 의료 등 서비스 분야와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 진출이 두드러질 것이라 전망하였다.
IMF 사태 이후 증권시장이 완전 개방된 후 한국 주식시장의 40%를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였으며 미국 자본은 37%를 차지하였다. 외국계 자본이 한국 증권시장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1,000억달러를 초과하였으며 한국 국부 유출의 중심역할을 하였다. 요즈음 신문지상에서 한참 이야기되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매차익으로 4.5조원을 벌어들여 엄청난 국부 유출이 예상된다. 금융시장 전면 개방은 황폐화된 한국 금융시장을 더욱 황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분야의 황폐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농업부문이다. KIEP 보고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농업생산은 약 20조원 가량이다. 여기서 쌀을 FTA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 약 2조원 정도 그리고 쌀을 포함시키는 경우 최대 8조8,000억원 정도의 농산물 생산 감소를 예상하였다. 이같은 생산 감소면 350만 한국 농가 인구의 절반 정도가 실직 또는 이직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무역으로 자동차, 휴대폰, 섬유 등을 많이 팔아 쌀을 싼값으로 구입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과 나프타를 체결한 멕시코의 경우 상당수 농부들이 농촌을 떠나도록 강요받았으며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하였다.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한 이들은 살길을 찾아 미국으로 밀입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오늘날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불법체류자 사면 논란의 대상인 것이다.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한 멕시코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350만 한국 농촌 인구가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은 정해진 코스이며 그 후의 한국의 앞날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안 봐도 뻔하다.
소수 국가 지도자들의 무지와 조급한 행동이 수많은 민중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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