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보니 주유소에 나붙은 개솔린 값이 갤런당 3.15달러다. 요즘에는 Hummer 같은 대형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간 큰 사람처럼 보인다. 사정이 악화되면 앞으로 4달러가 넘을 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다.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운동부족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건강에도 좋고 개솔린 절약에도 도움이 될텐데 왜 미국에서는 이런 교통제도가 불가능할까. 세계 어딘가 이런 나라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오던 중 유럽여행에서 덴마크를 발견했다. 덴마크의 교통 시스템은 석유에 목을 매고 있는 미국인들이 한번 견학할 만한 제도다. 이틀동안 아침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 나가 살펴본 덴마크 사람들의 출퇴근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교외에서 전철을 타고 와 코펜하겐 중앙역에 내린다. 그리고는 자전거 파킹장에서 자기 자전거를 꺼내 타고 직장으로 달려간다. 특이한 점은 시 당국이 자전거 없는 사람을 위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사실이다. 이 무료 자전거는 여왕 얼굴이 새겨진 20크로네 동전(3달러)만 넣으면 잠을 쇠가 풀린다. 사용 후 다시 갖다 놓으면 동전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 무료로 타는 셈이다. 이 공짜 자전거들은 색깔이 요란하게 칠해져 있어 너무 눈에 띄는 것이 좀 흠이다.
덴마크는 개솔린이 5달러 넘은 지가 오래다. 이렇게 비싼 데는 정부가 일부러 개솔린 택스를 올려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차를 안 타면 개솔린 파동을 겁낼 필요가 없다. 어디를 가도 자전거 파킹장이 있고 전용도로가 있으며 건물마다 자전거를 매놓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자전거 타고 출퇴근한다. 집집마다 차가 있지만 그것은 가족이 나들이할 때만 쓴다.
물론 전국민 자전거 통근은 덴마크에 산과 언덕이 별로 없다는 지형적인 이유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는 자전거가 좀 힘겨운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개솔린의 노예가 되어 있는데도 국민들의 자전거 타기를 전혀 장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닥칠 석유파동이 뻔한 데도 말이다. 개솔린 값이 뛰면 모든 것이 덩달아 뛰고 결국은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인플레는 걱정 없고 어쩌고 하는 소리는 다 부시 정부의 눈가림이다.
세계 제2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를 점령한 후 개솔린 값은 더 오르고 석유회사 회장은 퇴직금으로 4억달러씩 챙기니 무슨 조화인지 서민은 알 길이 없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내려올 줄 모르는 것이 원칙이다. 개솔린 가격도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우물쭈물 3달러 선에서 주저앉을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2달러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2달러선을 꿈으로 삼고 있으니 3달러선도 그런 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미국인 일상생활 패턴에 변화가 일어날 때가 되었다. 미국에서 현명하게 살려면 미국 제도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를 신분의 기준으로 삼는 한인사회의 풍토는 우리 스스로가 개솔린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뼈빠지게 고생해 번 돈을 자동차 페이먼트와 개솔린에 쏟아 넣는 것은 얼마나 배아픈 일인가.
clee@koreatimes.com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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