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에게도 큰 관심사다. FTA가 수출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FTA 체결이 중국에 주로 거래선을 두고 있는 한인 무역 도매업계를 끌어들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19일 열린 한미 FTA 협상의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와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간담회는 관심을 끌었다. 언제쯤 협상이 체결되고, 논란이 예상되는 농업과 스크린 쿼타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지 등등.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격이 되어버렸고 간담회를 주관한 뉴욕 총영사관의 일 처리는 한심스러웠다.
뉴욕 총영사관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적극 홍보하다 간담회 당일 아침 아무 통고도 없이 비공개로 바꾸었다. 단지 한국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것이 변경 이유였다.
현재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반에 숨겨야 했던 사안이 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애당초 공개 간담회라고 홍보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개와 비공개로 오락가락한 것은 뉴욕 총영사관이 최소한 경솔했거나 아니면 업무 파악 능력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신문에 보도된 지금까지의 진행상황과 업계의 문제점 등을 주고받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당일 비공개로 했던 간담회 1시간 후에 같은 장소에서 한국과 한인 언론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앞서 말한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뉴욕 총영사관은 지난 3월말 한미 FTA와 관련된 민관 실무대책 회의를 가졌다. 한국 정부가 FTA 체결 교섭을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 미 정부와 의회 및 언론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행사 역시 뉴욕 한인에게는 비공개였다. 다만 이날 회의 중 문봉주 총영사가 내용을 한인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하고, 다음 회의부터는 동포 경제단체의 참석을 정례화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차피 알리고, 또 금방 알게 될 것을 굳이 총영사관이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뭘까.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뉴욕총영사관이나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한국지상사 및 유관단체들만 한미 FTA를 독점해야 한다고 잘못생각하고 있지않은지.
매번 ‘적극 지원’ 또는 ‘기업 활동의 애로사항 전달’이라는 뻔한 내용이 흘러나오는 각종 대책회의지만 뉴욕 총영사관은 ‘한인들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인들이 알아야 FTA 협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오만하게 판단했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김주찬 뉴욕지사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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