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자녀라면 술을 팔 수 있을까요. 업주들이 미성년자의 음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
지난 1월 어느 날. 풀러튼 지역 주류법 위반 함정단속을 지휘했던 존 부치 주류통제국(ABC) 수사관은 다소 흥분한 어조로 이 같이 말했다. 업주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단속에서 적발된 업소중에는 다행히 한인 운영 업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한 한인 업주는 술 구입부탁을 하는 함정 단속반 소속 청소년을 꾸짖는 광경이 목격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ABC의 예산을 받은 LA카운티 셰리프국 레이크우드 스테이션이 세리토스·아테시아 등지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단속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름만 들어도 단 번에 알 수 있는 유명 한인 식당들이 줄줄이 티켓을 받았다.
수사관들은 “고객의 상당수가 가족 단위인 이 업소들은 자신들이 먼저 솔선수범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적발된 업소 업주는 “‘곧 오실 부모님이 미리 술을 시켜놓으라고 했다’는 청소년의 말을 믿었다”면서 “맥주 뚜껑도 개봉하지 않은 채 내주었는데 술을 갖다 준 종업원과 나 모두 처벌을 받았다”고 둘러대기에 바빴다.
이에 대해 단속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존 개논은 “주류판매면허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이들만 갖는 특권이라면 특권”이라며 “그런 권리를 국가에서 부여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수차례 수사관들을 동행하며 단속활동을 취재할 때마다 목격하는 것은 구차한 핑계와 함께 단속반들이 의도적으로 자기 업소만을 겨냥했다는 불평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소한 방관과 무관심, 그리고 ‘설마’하는 마음에 건네준 술병 하나가 얼마나 큰 일을 불러 올 것인지에 대해 인정하는 업주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장사도 중요하지만 꿈나무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성을 적발된 업주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오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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