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국경지대를 건너오는 히스패닉 여성 밀입국자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기만을 낳기 위해서 건너온다. 이들은 2세를 미국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죽기살기로 고무튜브를 타고 강을 건넌다. 한국 여성들이 비행기 타고 와서 비싼 입원료 내고 출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로스앤젤레스의 공립병원인 카운티 하스피틀에서 아기를 낳는 산모의 3분의2가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산모들 중 15%가 아기를 낳기 위한 목적만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영국도 과거에는 영국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주었으나 이슬람 인구가 늘어나자 1983년부터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영국 시민일 경우에만 출생아에게 시민권을 인정해 주도록 이민법을 개정했다.
미국의 시민권 부여는 수정헌법 제14조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미국시민으로 간주하며 미국에 거주할 권리를 갖고…”에 근거한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수정헌법 제14조가 원래는 흑인 노예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남부에서는 흑인 노예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일이 잦아 미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강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인구시계에 의하면 오늘 현재 미국의 인구는 2억9,854만5,629명이다. 2000년 센서스에서는 2억8,142만1,906명이었는데 불과 5년 사이 1,712만3,723명이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인구의 다수는 히스패닉이다. 2000년 센서스에서 백인은 2억1,146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75.1%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히스패닉은 3,530여만명(12.5%), 흑인은 3,466만여명(12.3%), 아시안은 1,024만여명(3.6%)으로 나타나 있다.
백인 인구는 1960년 센서스에서 88.6%를 나타냈으나 2000년에는 75.1%로 40년만에 13.5%가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출산율이다. 히스패닉의 출산율은 백인을 압도한다. 이대로 가면 50년 후에는 백인이 마이너리티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속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브라운 파워(히스패닉)의 등장이다.
이는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비아라이고사가 시장에 당선됨으로써 히스패닉이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더구나 최근 열린 이민법 반대 집회에 동원된 군중의 규모는 히스패닉 파워를 과시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오는 5월1일 ‘히스패닉 없는 하루’를 실행하는 날엔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백인이 마이너리티가 될 때 미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라는 이슈를 커버스토리(90년 4월9일자)로 다룬 적이 있다. 이 특집은 미국에서 갈색 피부 인종이 머저리티가 되는 날엔 모든 면에서 생활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교육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민문호를 닫아야 한다는 주장을 가장 강력히 펴는 사람들은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들이다.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히스패닉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흑인과 히스패닉의 충돌은 미국사회의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히스패닉이 파워를 과시할수록 미국인들의 두려움이 현실화되어 미국의 이민 정책이 강화될 것이며 지금까지는 흑백 갈등이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히스패닉과의 갈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은 ‘수정헌법 제14조’ 자체를 수정할는지도 모른다.
clee@koreatimes.com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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