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면 연상되는 것은’-. 외국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어떤 답이 나왔을까. 김치가 가장 많은 응답이었다. 그 다음이 불고기, 인삼, 태권도 순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의 여론 지도층은 60% 이상이 한국전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김치를 가장 많이 연상하면서 한류를 떠올렸고.
다른 문화·사회에 대한 감정과 인식의 틀은 상당한 기간을 거쳐 형성된다. 오랜 세월 경험과 기억이 중첩되고 여과되어 나타나는 게 한 나라, 한 민족에 대한 관점이다.
그것도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외워서 아는 게 아니다. 가령 한국의 GDP가 얼마인가 하는 질문을 하면 전문가 아닌 다음에는 정확한 답을 할 외국인은 거의 없다.
때문에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경우 직접적인 접촉 부문이 어디였나에 따라 그 나라에 대한 관점이 결정되게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 이미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다름 아닌 현지의 한인들이라는 것이다.
인류학자 이광규 교수의 주장으로, 많은 외국인의 의식 속에는 본토의 한국인과 현지의 한국인은 하나의 공통적 특성을 지닌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동양인이 흑인 갱들이 모는 차에 깔렸다. ‘되놈이 깔렸다’식으로 낄낄대던 흑인 갱들은 그 동양인을 병원에 버리고 달아난다. 동양인 여자가 나타난다. ‘조진구’라고 외치는 소리에서 이 여자가 한국인임을 알게 된다. 사고를 당한 남자는 그 와중에도 ‘은행에 가서 캐시로 바꿔라’고 말한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크래시’라는 영화에 나오는 한국인 이미지다. 여러 인종이 서로 상처를 입힌다. 그러면서도 화해의 몸짓을 보이고 결국은 서로를 받아들인다. 한국인만은 다른 모습이다. 한 마디로 돈 벌레의 이미지다.
영화가 왜곡됐을까.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LA라는 다인종 사회에서 타민족에게 비쳐진 여과없는 한인 이미지란 생각이 앞선다.
자동차 사고가 나자 무조건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돈에 목숨을 걸었다. 이게 코리안-아메리칸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이다.
그게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된 이미지가 아니다. 한인 사회가 이웃들과 부딪히면서 쌓여진 이미지다.
코리안-아메리칸은 요즘 자주 거울 앞에 선다. 원해서가 아니다. 들려오는 뉴스들 때문이다. 그 거울에 비쳐진 자화상 은 너무 추하다. 매춘에, 인신매매에, 마약에… 그리고 동반자살에.
새로 여론조사를 한다.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답을 듣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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