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고교졸업의 학력만 가지고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았다. 예를 들어 지금은 어려워가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일리노이주 같은 중서부에서 자동차공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를 물려가며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에 아들이 취직하고 해서 고교졸업생이라고 대학출신에 크게 밀리지 않으며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정보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고교졸업생들의 소득수준이 지난 삽십년 동안 대학출신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떨어졌다.
제조업들이 코스트절감을 위해서 생산활동을 저임금의 교육된 노동력이 있는 후진국들로 옮겨가면서 이들 미국의 블루칼라층은 치열한 기업들의 경영합리화경쟁의 희생물이 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학졸업자들의 소득수준은 해마다 올라갔고, 학력의 차이에서 오는 소득수준의 차이는 영구적으로 굳어진듯했다. 그래서 정보관련 산업의 구성비가 미국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제는 잘 살려면 대학을 가야한다는 현실을 흑인과 라티노를 포함한 소수민족사회에서도 잘 알게끔 되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소득수준의 교육관련 변수가 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놀라운 통계가 나와서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가장 최근의 소득에 대한 연방정부 3년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경제 바닥 20프로의 소득수준이 올라간 반면 상층 20프로의 소득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이 자료를 분석한 연구원들은 대학교육의 프레미엄이 줄어든 것은 확실한데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중이다.
그런데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해답이 세계화의 영향변화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얘기가 이렇다. 그동안 저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떠나던 블루칼라 일자리들은 갈 수 있는 자리들은 다 떠나고, 이제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자리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트럭 운전사, 창고물품 재고관리원, 주택건축노동자 같은 직업은 미국 내에서 누군가가 해야 하는 직업들이라 해외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런데 그동안 해외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던 화이트칼라 직업들이 이젠 중국이나 인도 같은 저임금국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충분해지면서 그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젠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회계분야의 직장들도 아웃소싱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회계분야 대학졸업생의 가장 큰 고용주가 회계법인이 아닌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인데 그 회사도 회계와 택스 관계 일을 요즘은 인도 쪽으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출판계의 아웃소싱도 필자본인이 경험하고 있다. 관련되어있는 학술지의 출판을 영국 옥스포드에 있는 사회과학분야의 세계에서 가장 큰 출판사에서 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그들도 단순편집 일들을 영국에서 인도로 옮겨갔다. 이제 드디어 미국, 영국에서 화이트칼라 일들도 저임금국가로 옮겨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등교육을 받는 게 확실히 더 높은 미래의 소득을 기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제 그동안의 확실성은 사라져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제 후세대들이 대학전공을 고를 때 아웃소싱이 잘 안 되는 곳을 골라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자세한 연구들이 나오겠지만, 얼마동안 미국에서 화이트칼라의 생활수준이 계속 향상된다고 볼 수없는 현상이 온 것으로 보여 진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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