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2월 이집트 나그 하마디 동굴 부근에서 땅을 파던 두 형제는 대형 토기 안에 들어 있는 고문서를 발견했다. 골동품상에 팔면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한 형제들은 이 문서를 집으로 옮겨왔으나 그 중 상당 부분은 어머니가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소실됐다.
그 와중에 이 형제들간에 싸움이 나 이 문서는 이웃 교회 성직자에게 맡겨졌으며 그 성직자의 처남이 이를 카이로의 박물관에 팔아 넘겼다. 가장 의미 있는 20세기 고고학적 사건의 하나로 불리는 나그 하마디 문서는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 문서의 내용은 예수의 일생과 가르침을 담은 복음서였지만 그 내용은 종래의 전통적인 4복음서와는 많이 달랐다. 이에 따르면 세상을 창조한 신은 전지전능하고 선한 존재가 아니라 악이며 그 신이 창조한 세상 역시 악이다. 예수는 악한 물질 세계에 갇힌 인간을 구하기 위해 온 ‘신의 불꽃’이며 그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자들은 그와 함께 구원과 영생을 얻는다는 것이다. 소위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치는 ‘영지주의’(Gnosis: 지식이라는 뜻) 주장이다.
‘토마 복음’ ‘막달라 마리아 복음’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복음서는 20세기 이전까지 2세기 리옹의 주교 이레내우스 같이 이들을 비판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왔다. 정통 기독교의 탄압을 받아 모두 폐기됐거나 동굴 같은 곳에 감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그 하마디 문서 발견 이후 극히 다양했던 초기 기독교의 실상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수 사후 300년 동안 영지주의 이외에도 예수의 신성을 부정한 에비온파, 그의 인성을 부정한 마시온파 등 온갖 종파가 활개쳤으며 복음서만도 나자렛 복음, 베드로 복음, 진리 복음, 구세주 복음, 토마 유아기 복음 등 10여 개가 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아기 복음에는 어린 예수가 행한 여러 기적이 실려 있다.
이런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 줄 고문서가 최근 공개됐다. 예수의 일생과 가르침을 유다의 입장에서 본 ‘유다 복음서’가 그것이다. 이 문서 구입과 번역 작업을 후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최근호에서 이에 대한 특집을 실었는데 전문가들은 이 문서가 3세기께 제작된 진본이며 초기 기독교 연구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복음서는 영지주의 지파 중 카인을 신봉하는 자들이 쓴 것으로 유다가 예수 제자 중 가장 큰 인물로 예수의 뜻을 제일 잘 알았으며 그의 배신도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예수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돼 있는 카인을 추종하고 유다를 수제자로 치는 무리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하기야 사탄도 한 때는 천사 중 으뜸이었다는 설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이단으로 판명 난 이런 책들을 뭣 하러 다시 공개하느냐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지만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무조건 덮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문서의 공개가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