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달아 발생한 존비속 살해사건으로 한인들의 소셜네트웍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이 한인여성과 상담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긴급진단 시리즈<2> 한인사회 네트웍 기능 제역할 못한다
‘성공 강박증’에 마음 날로 황폐
월급쟁이보다 자영업자 더 심해
상담시설 크게 부족, 이용도 꺼려
극단행동 막을 전문치료 절실
“답답하죠. 속 터 놓고 말할 사람이 없으니. 친목모임에는 내세울 것 있는 사람이나 나가지…”
포모나에서 마켓을 운영하는 이민 15년차 A(40)씨. 다른 이민자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적 터전을 잡은 A씨는 집의 나무를 가꾸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인들의 소셜 네트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인들은 그동안 골프모임, 종교, 동문회 등 다양한 경로를 찾아 다니며 표면상 나름대로 성공적인 소통의 통로를 찾은 듯 보였지만 최근 잇따라 터진 한인들의 극단적인 존비속 살해사건은 기존 소셜 네트웍에 대한 진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웍 단절 현상은 봉급생활자에 비해 A씨처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자영업 종사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한인들이 ‘아메리칸 드림 성취가 곧 비즈니스’란 공식에서 얽매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A씨는 “경제적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이 자영업자에게 특히 심해 돈을 벌면 벌수록 더욱 가게를 비우기 어렵다”고 말해 소셜 네트웍 구축이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털어놓았다. 때문에 일부 한인들은 고립 탈출을 위해 한국행을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한인사회가 오랫동안 방치된 구조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는 것.
전문적이면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파악이 쉽지 않은데다, 정신적 부담을 해소할 적절한 시설 또는 기관이 한인인구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상당수 한인들이 그나마 활동중인 기관들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고,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란 지적이다. 한마디로 소프트와 하드웨어 모두가 부족한 실정인 셈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민사회의 가장 소셜 네트웍인 종교계도 큰 우려를 나타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성한인연합감리교회의 김광진 목사는 “교역자로서 민망하고 충격적이다”라며 “교회가 외형적으로 커지면서 커뮤니티와 거리를 넓히며 한인들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셜 네트웍만으로는 극단적 범죄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고 밝힌다.
사적 네트웍으로 대체된 소셜 네트웍이 아무리 탄탄해도 정신 공황 등에서 촉발되는 극단적 범죄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전문기관에 의한 전문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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