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코랄스프링스 고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하버드 대학에 가는 것을 꿈으로 삼은 제이슨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는 모든 과목에서 항상 A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물리교사가 그에게 B를 주자 하버드 진학 꿈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느낀 이 학생은 칼을 들고 실험실로 달려가 “너는 내 인생을 망친 자야!”라고 고함치며 물리 선생을 마구 찔렀다. 교사는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판에서 제이슨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범행 당시 몇초 동안 제이슨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는 변호사의 논리를 법정이 받아들인 것이다. 거의 미친 사람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가.
우리 뇌에는 ‘아미그덜러’(amygdala)라는 아몬드처럼 생긴 조직이 뇌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의 모든 감정을 컨트롤하는 센터역할을 한다. 그러나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객관적인 정보분석은 뇌 뒷부분에 있는 대뇌피질이 담당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 ‘아미그덜러’에 전달되면 감정이 억제되지 않는 ‘성격장애’ 행동이 나온다고 한다.
‘아미그덜러’의 기능은 뉴욕 유니버시티의 조세프 르도 교수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EI(Emotional Intelligence)이론이다. 그러니까 남녀가 데이트 할 때도 상대가 똑똑한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가만 따지지 말고 EI를 세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성격장애는 유전적일 수도 있어 가정폭력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성격장애는 주로 주변환경에 의해서 형성되는데 최근 두드러지게 미주 한인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50대, 60대의 우울증 현상이다. 이민 연륜이 길어지자 미국에 자리잡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마라톤 경기에서 못 뛰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그룹과의 간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도착이 다르다. 엊그제까지 나와 비슷하게 고생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부동산 투자네 은행주식 투자네 해서 부를 쌓은 것을 볼 때 “나는 이민 와서 뭐했나”하는 실망과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된다. 이때 배우자가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하고 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모든 언어가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아미그덜러’에 직접 전달된다. 여기에 사업 실패나 실업이 겹치고 부인이 이혼을 주장하여 자녀들과도 이별하게 되는 날엔 쌓였던 스트레스가 마침내 화산처럼 폭발하게 된다.
상대적 빈곤감이 한인사회 내에 형성되고 있으며 악성독감처럼 사회적인 병리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돈번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시하니까 옆 사람은 밥을 굶지 않고 지내는 데도 주눅이 들고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 돈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을 때 일어나는 당연한 심리상태다. 이런 가치관이 행복의 비결로 인정받는 사회에서는 돈 번 사람은 또 자신보다 더 돈 번 사람을 부러워하며 빈곤감을 느낀다. 최근의 끔찍한 가정비극들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LA 한인사회에서 대부분 발생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성격장애도 40세가 넘으면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왜냐하면 성격장애는 인생관 부재에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clee@koreatimes.com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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