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 93’의 예고편. 관객의 불평으로 뉴욕극장서 회수됐다.
‘플라이트 93’의 한장면. 오는 4월25일에 개봉된다.
뉴욕 일부 극장 예고편 상영 중단
“실제 상황 재현, 충격 커” 유가족-관객 불만 쏟아
유니버설 “다른 극장선 계속 상영”
9.11 영화 제작 아직은 시기상조
2001년 9월11일의 테러사건을 다룬 첫 극영화 ‘유나이티드 93’(United 93-당초 제목은 Flight 93)의 예고편이 일부 관객과 희생자들 가족의 불평을 받고 뉴욕의 한 극장에서 회수됐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니버설이 오는 25일에 개봉할 이 영화는 회교도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UA항공사 93편의 승객 40명이 테러리스트들과 대항해 싸우다 펜실베니아 소머셋카운티 들판에 추락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감독은 영국인 폴 그린그래스(‘본 수프레머시’ ‘피의 일요일’)로 그는 사실주의적 연출가. ‘유나이티드 93’에서는 영화 상영시간과 실시간을 같게 해 스릴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제작 때 직접 93편의 희생자들의 가족을 일일이 방문, 협조와 자문을 구해 호의적 반응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테러의 현장인 뉴욕 맨해턴의 링컨 스퀘어 12극장에서 지난 1일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일부 관객이 불만을 표시하자 유니버설은 이 극장에서의 예고편 상영을 전면 취소했다. 현재 예고편은 미 전국 3,000개 스크린에서 유니버설의 은행 강도 스릴러 ‘인사이드 맨’ 상영 전에 내보내고 있는데 유니버설측은 다른 극장에서는 계속 예고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유니버설의 한 관계자는 “이 영화는 당시 사건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조금도 현실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보기 좋게 만들지 않았다”면서 “사실을 중화시킨 예고편을 보면 예고편과는 다른 본 영화를 볼 때 관객이 덜 충격을 받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유니버설은 이 영화는 비극의 영웅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헌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희생자의 가족들은 유니버설이 예고편을 극장에 내보내기 전에 관객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시사가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예고편이 맨해턴에서는 상영되지 않아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예고편은 처음 승객들의 여객기 탑승과 기내 모습을 조용히 보여주다가 극적 전개와 함께 심장이 뛰는 음악이 나오고 이어 납치된 다른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과 충돌하기 직전의 장면을 찍은 실제 비디오테입을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93편의 기내로 돌아와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 납치를 시작하는 장면에 이어 한 승객이 전화로 이 사실을 자기 가족에게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유니버설의 한 관계자는 이 예고편을 관객 반응용으로 시사를 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관객들이 과연 이 영화를 볼 뜻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예고편 상영을 반대하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달리 예고편과 본 영화 상영에 적극적인 희생자 가족도 있다. 93편을 탔던 남편을 잃은 미망인 샌드라 펠트는 “나는 예고편에 마음을 상했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영화는 테러리즘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깨우쳐 주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9.11은 엄연한 사실이며 그것으로부터 도망간다는 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테러발생 4년이 지나가면서 할리웃은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극화하기 시작했다. ‘유나이티드 93’에 이어 오는 8월에는 올리버 스톤이 감독하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하는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가 개봉된다. 이 영화는 9월11일 무너진 무역센터 건물에서 최종적으로 구출된 2명의 뉴욕 항만관리경찰의 이야기다.
이어 2007년 개봉을 목표로 곧 촬영에 들어갈 애담 샌들러가 나오는 영화는 테러로 가족을 잃고 아직도 슬퍼하고 있는 사람의 드라마. 또 2명의 뉴욕타임스 기자가 쓴 책 ‘102분’도 2007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각색을 준비중이다. 이 책은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여객기와 무역센터 첫 건물 충돌과 두번째 건물 붕괴 사이의 상황을 재현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참사로 아직까지도 많은 시민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이 사건을 영화화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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