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는 인물이 많다. 우선 요즘 여자 프로 골프계를 휘어잡고 있는 소렌스탐도 스웨덴 출신이고 얼마 전까지 테니스계의 황제로 군림하던 비욘 보그도 스웨덴인이다. 영화 배우 잉그릿 버그만도 스톡홀름 출신이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스웨덴인은 비틀즈와 맞먹는 신화를 80년대에 창조한 보컬그룹 ‘아바’(ABBA)가 아닌가 생각된다. 4억장의 음반이 팔렸다니 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ABBA가 스웨덴말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컬그룹 멤버(두 부부)의 이름 첫 자를 따서 만든 아무 의미 없는 단어다.
이 외에도 2차대전 때 주헝가리 대사로 있으면서 수천명의 유대인을 구한 월렌버그, 역대 유엔사무총장 중 가장 유능했다는 함마슐드도 있지만 역시 스웨덴이 낳은 인물 가운데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람은 할리웃의 전설로 꼽히는 그레타 가르보와 노벨상을 남겨놓은 알프레드 노벨이다. 스웨덴의 왕이 누군지 몰라도 그레타 가르보와 노벨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르보는 글자 그대로 ‘할리웃의 여왕’이었다. 자신의 영화 촬영 장면을 실무자 외 아무도 못 보게 했으며, 상대역을 맡은 남자 배우를 자신이 골랐고, 인터뷰를 절대 거절하고 팬레터 답장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내 요구가 받아지지 않으면 내일 아침 스웨덴으로 돌아갈 거야”라고 말할 때는 제작자와 감독도 겁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세기의 명배우라는 그레타 가르보가 남긴 것이 무엇인가. 그녀는 1990년 뉴욕에서 사망했는데 살아생전 모은 재산을 모두 조카에게 물려주고 숨어서 살다가 외롭게 죽었다. 그저 혼자 잘 먹고 편안하게 살다가 일생을 마친 셈이다. 지난해 공개된 가르보의 편지는 그녀가 레즈비언이었음을 암시해 오히려 사후 그녀의 명성이 상처받게 되었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이냐 - 노벨의 생애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노벨이라고 인간적인 욕심이 없었겠는가. 더구나 그의 동생은 다이너마이트 공장이 폭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독신으로 생을 마친 노벨은 자신의 유산(약 1,000만달러)을 가족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했다. 지금은 이자가 붙어 10억달러나 된다.
노벨이 유서를 작성할 때 가족들의 불만은 의외로 컸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가족에게 나누어주지 않느냐. 너무 냉혈이다”라는 식으로 불평들이 많았지만 노벨은 가족들에게 나누어주면 사람 망치고 재산도 다 날아간다는 자신의 평소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사후 가족들이 노벨위원회를 걸어 소송하는 바람에 첫 시상식이 몇 년 지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때 노벨이 자신의 재산을 가족에게 나누어주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가문에서 존경받는 어른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노벨상이 스웨덴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공로는 돈으로 계산하기 힘들다. 노벨상 시상식은 세계적인 축제며 지성인들을 위한 잔치다. 스웨덴의 격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 그레타 가르보와 노벨은 다같이 스웨덴이 낳은 유명한 인물이지만 뜻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가르보의 인기는 당시엔 하늘을 찔렀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시들해진 반면 노벨은 ‘죽음의 사자’라는 악평까지 들었지만 그의 이름은 날이 갈수록 더 존경을 받고 있다. 인기에 너무 연연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뜻을 품을 일이다.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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