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러너 1루, 2스트라이크 1볼. 한 방만 터지면 역전되는 상황. 한국의 마무리 오승환이 강속구를 뿌렸다. 일본 선수는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배트는 그러나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한국 선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와 서로 얼싸안았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스탠드의 한인들도 부둥켜안았다. 이 와중에 서재응 선수는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을 물리치고 세계 4강에 안착하는 순간이다. 그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다. 세계 최강 미국을 제쳤다. 그 자체로 한국 야구는 새 역사를 썼다. 그리고 두 번의 격돌에서 두 차례 내리 일본을 격파했다. 한마디로 짜릿한 승리였다. 이는 동시에 한편의 드라마였다. 해외파와 국내파가 혼연일체, 하나가 된 ‘팀 코리아’가 엮어낸 감동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변은 아니었다. “우리가 힘을 합치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 박찬호 선수의 말대로 ‘팀 코리아’가 최선을 다한 결과다. 선수와 감독, 팀 구성원 하나 하나가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해외파들은 특히 돋보였다. 자신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감독과 코치진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이지만 팀을 위해, 또 조국을 위해 자기 희생의 모범을 보였던 것이다.
‘애나하임의 드라마’는 이런 점에서 한국 야구가 ‘4강 신화’를 이룩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합과 단결 속에 최선을 다하는 ‘팀 플레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는 게 우선 그렇다. 걸핏하면 갈라서고 깨지는 게 미주 한인사회의 고질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2세들에게 코리안-아메리칸의 긍지를 새삼 심어주었다는 것도 그렇다. 야구는 미국의 국기다. 그 야구를 통해 ‘강하고 아름다운 코리아’를 미국인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주 한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능성을 또 한차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4강전이 있고, 결승 진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결과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차제에 당부할 것이 있다. 한국팀의 잇단 승리에 도취해 외국팀을 비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 야구가 있기까지에는 미국의, 또 일본의 도움이 있었다. 이 점을 감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상을 향해 달리는 한국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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