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꺾는 기적(?)을 보면서 느낀 것은 “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용병이로구나” 하는 사실이다. 용병을 하려면 인화가 필수적인 조건이고, 인화는 리더가 덕장이냐 아니냐에 의해 좌우된다. 덕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인화가 어렵고, 인화가 깨지면 각자가 지닌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오히려 유능한 사람도 무능해지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이번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출전팀은 모두 국가대표팀으로 선수 하나 하나가 내로라 하는 수퍼스타들이다. 이들이 각자 지닌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게 하느냐가 팀장의 숙제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서로 믿어야 한다. 인간적인 신뢰 없이는 양보가 불가능해지고 서로 고집 부리면 팀장이 타이밍에 맞는 용병을 할 수 없어 팀웍이 마비된다. 조직이 유연성을 보이지 못하고 경직되면 스포츠에서는 끝이다.
팀웍이란 어떤 것인가.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잘 그려져 있다. 폭파전문가인 미국 대학교수 조던은 스페인에 파견되어 집시 게릴라들의 안내를 받지만 결국 자신이 리더가 되지 않으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힘으로 팀을 장악하지 않고 인간적인 면으로 어프로치 하여 집시들이 자신을 믿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조던은 의심 많은 집시 두목 파브로에게서 충성심을 얻어내는데 성공해 마침내 오합지졸을 데리고 능력 이상의 임무를 수행해 낸다.
명령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 자신이 잘 나가고 있는 조직을 오히려 망치는 경우도 있다. 소설 ‘삼국지’를 보면 용장인 장비가 의형제인 관운장의 원수를 갚으려다 어처구니없는 최후를 마친다. 부하들이 장비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지시사항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그를 죽여버렸다. 이 때문에 전세 전체가 뒤바뀌게 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장으로 꼽히는 노부나가도 마찬가지다. 참모를 믿지 못하고 모욕적인 망신을 준 것이 부하 손에 죽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리더의 고집과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의 비극이다.
스포츠에서도 기술보다 인간적인 신뢰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독들이 경기에 임하면 깜빡한다. 중간 보스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신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다가 일을 그르친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월드컵 축구 때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에서 목격했었다. 히딩크는 타이밍을 중요시했다. 사람을 아무리 잘 써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이번 WBC 야구대회에서 한국팀의 김인식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은 히딩크의 것에 못지 않은 탁월한 경지의 감각이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국가나 회사에서도 누가 누구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는 인간신뢰의 풍토만 성립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한국 야구팀이 보여준 것은 승리가 아니다. 어떻게 승리를 만들어내었나 하는 과정이다.
한국팀이 어떻게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는 지금 미국 야구계의 화제다. 무엇보다 제일 놀란 것은 한국인들 자신이다. “저 사람들 한국팀 맞아?”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인화가 형성되면 내가 나에게 놀라는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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